올해 여름은 유독 길었지만, 가을바람이 불어오자 지독한 더위는 생각 나지 않을 정도로 금세 낙엽이 진다. 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처럼 길다고 하기에도 짧다고 하기에도 어려운 캠퍼스 생활도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다. 우여곡절을 겪고 입학한 대학교.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쓴 채로 반절을 날려 보냈어도 힘든 시기 속에서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었다.
봄날의 낯간지러운 캠퍼스 속의 낭만을 피해 달아난 학교도서관은 나만의 공간이 되었다. 거의 매일 갔기 때문에 도서관 내에서는 이미 유명인사인 듯했다. 코로나가 끝나고 난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만 지나면 다 아는 얼굴이 되었다. 다들 책상 위에 두꺼운 책들을 쌓은 채로 머리를 처박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책을 읽는 학생은 나밖에 없는 듯했다. 나도 그 학생들처럼 한 때 밥벌이를 준비했지만, 왜 그렇게 읽히지를 않던지.. 그냥 하던 대로 책이나 빌려보곤 했다.
일년 반이 지난 이후로 새로운 학생들이 왔다. 그 많은 학생들이 똑같이 두꺼운 책을 보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사람은 많아졌지만, 항상 같은 자리에 앉기 때문에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인지 금방 알아챈다. 하루종일 공부하는 학생들. 무엇이 그 사람들을 저렇게 열심히 하게 만드는 것일까.
낭만을 피해 달아난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꽃들은 피어난다. 하지만 그 결말만큼 비참한 것은 없다. 일단 자신이 살아야 사랑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파릇파릇한 청춘들이 꽃들을완전하게피워내지 못하고 어두컴컴한 도서관에 박혀 있는 모습에 한쪽 가슴이 아려온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현실이 뒤틀려 버렸는지. 살아남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낭만이 없으면 살 이유도 없다. 학생들의 젊음마저 빼앗아가는 어른들을 원망하며 그저 하늘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