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경, 노란상상, 2020.6.
색이 변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은빛 물고기를 만나면 은빛으로,
노란 고양이를 사랑하면 노란빛으로,
깊고 푸른 하늘을 만끽하면 푸른색으로.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년이 나타났습니다.
소년은 소녀를 숲으로 데려갔습니다.
숲에 간 소녀는 초록색이 되었습니다.
숲에 비가 내리자, 숲은 색을 잃었습니다.
이내 비가 그치고, 숲에 빛이 비치자,
소녀는 자신만의 색을 보게 됩니다.
자신의 색에 놀란 소녀는 황급히 숲을 빠져나와 집으로 갔지만,
소년을 그리워하며 생각하게 됩니다.
너에게 물들다.
소녀는 이것저것 만지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그것으로 자신의 색이 물들었습니다. 소녀는 그만큼 무언가에 대해 물드는 일이 많았습니다. 은빛 물고기를 만나면 은빛으로, 노란 고양이를 사랑하면 노란빛으로, 깊고 푸른 하늘을 만끽하면 푸른색으로, 소년과 함께한 숲에서는 초록색으로. 소녀의 감정이 물듭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얼마나 많은 세상에 물들었을까요?
그러다 아이는 파란 머리를 한 소년을 만납니다. 소년과 함께 숲을 거닐고, 비를 맞고, 비가 그치고 햇빛이 비치자, 소녀는 비로소 자신의 색을 찾게 됩니다. 소년과 같은 파란 머리로요.
"해가 지면서 숲이 물들어가던 그때 아이는 자신의 색을 보게 되었다."
"언덕에 가면 그 애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저는 소녀가 소년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년에게 물들어 파란 머리를 갖게 됩니다. 사랑을 알게 된 소녀는 비로소 자신의 색을 찾을 수 있게 되었어요. 순수했던 소녀가 세상을 겪으며 세상의 아름다움에 물들어가고, 사랑에 물들어가는. 그렇게 해서 소년에게 물들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에요.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서로 물들어 간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요.
작가의 말에는 이렇게 나와 있어요. ''마음이 물들다.' 우리는 그것을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어요. 물감이 종이에 물들듯이, 색이 변하는 아이는 물들어 갑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에 물들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