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삼아 살펴보는 히오스 부관참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오스)는 왜 망했을까? 블리자드 게임사의 아픈 손가락이다. 라고 하기엔 현재 블리자드 자체가 아픈 상태이니 굳이 히오스만 아픈 손가락이란 표현은 딱 맞는 표현은 아닌 것 같다. 과거 와우, 디아블로(이하 디아),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까지 명작들을 쏟아냈고 현재까지도 게이머라면 모를 수 없는 게임들이다. 하지만, 이후 새로운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론 오버워치가 출시 초기 롤의 독주를 막은 첫 게임으로 이제 롤의 시대가 끝난 것인가 싶었으나 그 기간은 채 1년이 되지 못했다. 이후 과거의 명성을 살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로 향수를 일으키며 반짝했지만 와우 리마스터인 와우 리포지드에서 완성도 떨어지는 모습에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과거 게임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던 유저들은 이제 남은 디아블로2의 리마스터를 원했지만 블리즈컨에서 엉뚱하게 디아블로 모바일 버전인 이모탈을 발표하며 만우절 개그 아니냐는 팬들의 푸념을 들었다. 최근 연거푸 욕만 먹은 상황에서 올해 9월 디아2 리마스터인 리저럭션 출시를 앞두고 다시금 팬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도 한 명의 게이머로서 디아2 리마스터를 기점으로 블리자드가 다시금 과거의 영광을 되찾길 바라고 있다.
다시 히오스로 돌아오자면 히오스는 운영, 마케팅, 개발에서의 잘못된 판단 삼위일체로 망해버린 게임이다.(망했다는 기준은 다양하지만 간단하게 설명하면 북미 랭커가 게임을 100판도 안 돌렸다. 더 간단하게는 등급전 큐가 안 잡힌다.) 그리고 본인들 스스로 히오스의 끝내는 과정 또한 아름답지 못했는데, 대회를 사전예고 없이! 정말 갑작스럽게! 2018년 말! 공지 한 번으로 종료시킨다. 많은 관계자, 선수들은 한순간에 백수가 되어버리는 상황을 만들어버리면서 게이머들의 민심까지 잃어버리는 실책을 일으킨다. 평소처럼 가던 회사에서 예고 없이 해고당한다면 이런 상황이 아닐까 싶다. 대회 종료는 곧 게임의 끝을 말하지는 않지만 관심 밖으로 벗어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부서를 축소하면서 업데이트 속도가 늦어졌다. 대회 종료를 알리던 해 히오스 오리지널 캐릭터인 오르피아를 내놓으면서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지만 그 이후 나온 새로운 히오스 오리지널 캐릭터는 키히나 하나였다. 그나마 나온 하나도 조악한 퀄리티로 비판받게 된다. 더 이상 기대감이 없는 게임으로 전락한 후 현재는 피시방에서 깔려있지 않는 곳이 생겨날 정도로 이미 게이머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야심 차게 2015년 출시한 히오스는 왜 망겜 소리를 듣게 된 것일까? 반등할 기회는 정말 없었을까? 게임이 유저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가는 데는 정말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마케팅이나 브랜딩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물론 게임이 재미없어서 혹은 완성도가 낮아서라는 말로 단순하게 논의를 접을 수 있겠지만 게임들을 보면 꼭 높은 완성도가 성공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고 한 부분만 재미있어도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하는 게임들도 많다. 지금의 롤도 초창기에는 밸런스 문제, 각종 버그, 핵 사용, 메타 고착화 등 다양한 문제를 겪었지만 고쳐나가며 자리를 잡아갔다. 참고로 나의 AOS 경력으로는 롤은 시즌2(골드가 최고 티어)부터 쭉 해오고 있고 히오스는 레벨이 315이다.(랭크는 큐가 너무 늦게 잡혀 안 돌린다.) 내가 생각하는 히오스의 문제점들을 서술해보겠다.
(1) 블리자드 세계관 : 게이머가 히오스로 다 가기 전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았는지?
히오스의 메인 셀링포인트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 와우의 캐릭터들이 한 데 모여 전투를 한다는 것이었다. 고유 IP를 활용해 AOS 게임을 만든 것이다. 잠깐 생각해보면 블리자드로서 당연한 전략이고 아귀가 맞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블리자드 세계관이 히오스와 플레이어를 만나게 과정에서 심리적인 장벽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오버워치를 제외하고 와우,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는 1990년도에 출시된 게임으로 출시한 지 오래돼서 사람들에게 이름이 익숙할지 모르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나 적어도 시간적인 거리감이 클 것이다. 출시년도 2015년을 기준으로 보면 20년이 다되어가는 게임이고 출시 당시 게임의 주 이용 연령층인 10~20대가 90년대 혹은 00년 생임을 고려해보면 낯선 게임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들에게 기존 IP를 광고하면서 접근하는 것은 기존 IP를 이해해야지 할 수 있는 게임으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 히오스 자체가 처음 보는 게임이고 여기에 낯선 게임인 스타, 와우, 디아를 어느 정도 알아야만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은 블리자드의 패착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블리자드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 이 외에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한 꼴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게임이 2011년에 처음 발상된 것을 고려해보면 히오스 고유 캐릭터를 만들고 다른 세계의 캐릭터를 추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아쉬운 포인트이다. 뒤늦게 히오스 오리지널 캐릭터를 만드는 것을 보고 나는 블리자드가 패착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2) 히오스를 하면 오버워치 스킨을 드려요: 장르를 고려하지 않은 이벤트 그리고 자기 시장 침식 효과
2-1. 유저들은 취향 없는 바보가 아니다.
블리자드는 히오스 출시 후 생각보다 유저가 모이지 않자 무리수를 두기 시작한다. 바로 히오스를 플레이하면 오버워치 스킨을 주는 이벤트를 한 것이다. 겉으로 보면 그럴싸 하지만 그 당시 인기 있었던 오버워치의 유저에게는 히오스라는 불편한 숙제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벤트를 시작한 이유는 2017년 오버워치는 출시와 함께 피시방 점유율 1위 게임으로 등극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위 이벤트는 이런 인기에 편승하며 히오스를 살리려는 생각이었다. 블리자드는 이런 논리가 작용하기에는 유저들은 취향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간과했다. 장르가 다른 만큼 게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유저들은 장르를 넘나들면서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공놀이를 좋아한다고 농구, 배구까지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유저들은 갖고 싶은 겐지와 디바 스킨을 위해 플레이하긴 했지만 받는 직후 히오스의 접속을 멈추었다. 이벤트에 힘입어 히오스는 피시방 점유율 4위를 기록하며 순위가 급등했고 이벤트가 끝나자마자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그저 오버워치의 인기를 증명하는 이벤트로 끝나고 말았다.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는 명확한 타겟층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개성과 취향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제품이 포지셔닝할 수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람마다 취향이 있고 개성이 있기에 이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하지만 블리자드는 이런 점을 무시한 연계 이벤트를 했고 결과는 씁쓸했다.
2-2. 오버워치 유저를 빼서 히오스에 더하면 블리자드의 총합은 변하지 않는다.
위 이벤트에서 또 다른 문제점은 자기 시장 침식이다. 영어로는 Cannibalization이라고 하는데 신제품 출시나 브랜드 확장 제품이 같은 브랜드 기존 제품의 시장을 뺏는 현상이다. 자기 시장 침식이 발생하면 이중삼중으로 피해를 받게 되는데 기존 브랜드의 판매량이 감소하고 신제품 마케팅 비용과 개발 비용은 헛돈 쓴 꼴이 되기 때문이다. 블리자드가 한 방식도 이에 해당될 수 있다. 정말 운이 좋아 오버워치 스킨 제공 방식이 통했다고 해도 오버워치 유저를 혹은 와우 유저가 줄어드는 만큼 히오스 유저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총합은 변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절대적인 파이는 커지지 않고 비용만 나가는 셈이다.
히오스는 왜 망했을까?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