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대해서
지하철 끄트머리 자리, 노인이 꾸벅 졸고 있다.
누구도 노인의 마음이 어떤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게도 시간이 간다. 때로는 조바심이 난다.
크레인이 움직인다.
실링팬이 돌아간다.
느리면서도 빠르게 돌아가는 것이
손을 넣어도 다칠 것 같지 않다.
겁이 무엇인지 배우지 못했다.
크레인이 움직인다.
벌레가 방 안으로 들어온다. 소란은 없다.
개의치 않고 잠에 드는 사내.
너도 먹고살아야겠지.
누구도 잡으려고 하지 않지.
방 정리를 하다 지난 연애편지를 보았다.
불과 몇 줄 읽지 못했는데,
내 마음이 어떻게 될 거 같다.
어느새 크레인은 반절을 넘게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