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소리를 세 번이나 넘기고서야 겨우 눈을 떴다.
이미 출근 준비 시간이 반쯤 지나 있었고,
화장은커녕 세수도 대충 한 채
커피 한 잔 없이 집을 나섰다.
내 하루를 붙들어주는 루틴들이 죄다 무너진 날이었다.
아침 스트레칭도, 출근길 쉐이크도,
책상 위에 놓인 손글씨 메모도 없이 시작된 하루는
기분도 같이 구겨졌다.
지하철 의자에 앉아있는 동안
‘왜 이렇게 나는 아무것도 제대로 못하지’라는 자책이
조용히, 그러나 깊숙이 스며들었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흐름은 계속 어긋났다.
챙겨야 했던 업무도 잊어버리고,
메일은 한참 늦게 보냈으며,
누군가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괜히 마음이 상했다.
내가 지켜왔던 루틴들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었구나.
그건 하루를 ‘내 것’으로 만드는 작은 의식들이었고,
그 의식들이 무너졌을 때, 나는 쉽게 휘청거렸다.
하지만 완전히 무너지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잠깐 바람을 쐬며 혼잣말을 했다.
“그래도… 잘 버티고 있어.”
그 말 하나가
조금은 부서졌던 내 마음을 붙잡아줬다.
비록 오늘 루틴은 실패했지만,
그래도 나는 나를 놓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
지하철 안에서 메모 앱을 열고
짧게 남겼다.
“오늘은 흔들렸지만, 무너지진 않았다.”
때로는 루틴보다 중요한 게 있다.
넘어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마음.
그 마음이 있었기에,
나는 내일 또다시 하루를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