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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만 써도 마음이 정리되는 날

by 게으른루틴


"괜찮아, 오늘은 여기까지도 잘한 거야."

이 한 줄을 쓰는 데 걸린 시간은 5초도 되지 않았지만,
그 문장을 다 쓰고 나니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누군가에겐 아주 짧고,

어쩌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문장이
오늘의 나를 붙잡아주는 힘이 될 때가 있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겠는 혼란 속에서
그저 짧은 한 문장이 나를 정리해 준다.

하루 종일 쏟아지는 업무와 메시지,
대화 속에 섞여 있는 미묘한 분위기와 눈치,
이유 없는 피로감과 침묵.
그 모든 것이 겹쳐지는 날에는
오히려 긴 말보다 짧은 한 줄이 더 위로가 된다.

“오늘은, 그냥 참 고생했다.”
“그래도, 다 망한 건 아니야.”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문장들이 내 다이어리 속에 조용히 쌓여간다.
마치 그날의 증거처럼.
그 짧은 문장 하나로,

오늘을 견뎌낸 나를 확인받는 기분.
길고 멋진 문장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걸,
매일매일 내 글이 알려준다.

때로는 하루의 감정이 너무 많아서
어떤 말로도 다 담을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땐 그냥 한 줄.
정리되지 않아도, 예쁘지 않아도,
솔직한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감정이 흐트러진 날에도
그 한 줄이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글이란 게 참 이상하다.
내가 쓴 건데, 내가 위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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