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취기가 오르는 건 술 때문만이 아니었다.
잔잔한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동하고,
누군가의 무심한 시선에도 감정이 출렁이는 밤.
나는 오늘 회식에서 웃었고, 건배도 했고,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엔 이상하게도 허탈했다.
분명 나도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누군가는 계속 무언가를 공유받고,
누군가는 중심이 되고,
나는 그저 리액션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자리에서 멀어질수록, 대화에서 멀어질수록,
내 존재감도 조금씩 가벼워지는 기분.
“요즘 좀 피곤해 보여요.”
“밥은 잘 먹고 다니죠?”
다정한 말 같지만, 어쩐지 멀어진 거리를
확인받는 느낌이었다.
같은 팀, 같은 자리, 같은 시간 속에 있어도,
어쩐지 나는 혼자였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술이 한 잔, 두 잔 더해지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 눌러놨던 감정들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난 잘하고 있는 걸까?’
‘괜히 민폐가 된 건 아닐까?’
‘저 말이 진심은 아니었겠지…’
술기운을 핑계로 웃으며 넘겼지만,
마음 한켠은 또 한 번 무너져 내렸다.
집 앞 편의점 불빛이 보일 때쯤, 갑자기 울컥했다.
오늘 웃었던 얼굴들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다들 퇴근한 지금,
나만이 이 감정과 마주한 채 혼자 남아 있었다.
그런 날엔 내 자존감도 취해 있다.
제대로 걷지 못하고, 중심을 잃고 비틀거린다.
그래도 내일 아침이
다시 평정심을 가장하고 출근하겠지.
그게 어른의 삶이니까.
오늘의 회식은 끝났지만,
나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감정들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