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고백 할 결심

입 벌려 고백 들어간다~!

by Lazy Yoga Club

요가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는 본격적으로 ‘마누 한정 물음표 살인마’가 되었다. 전화번호를 언제, 무엇 때문에 교환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수련이 끝나고 나면 너덜너덜한 팔을 들고 요가에 대한 궁금증을 가득 장전한채로 마누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의 마누는 정말이지 함께 본 타로카드가 알려준것처럼 나에게 요가 지식을 퍼부어주었다.


“왜 햄스트링이 이렇게 아픈거야?”

“이 자세는 어디가 좋아서 하는거야?”

“요가랑 필라테스는 뭐가 달라?”


내가 툭.

질문을 던지면,

와라락!

수 많은 해석이 버퍼링도 없이 쏟아져내린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마누와의 통화내역들은 요가를 시작한지 3개월밖에 안된 일개 수련생인 나에게 조금 버거웠던 것 같기도 하다. 해부학적인 설명 부터 생리학, 요가 철학, 인도의 하타요가, 필라테스의 전통들이 숨 쉴 틈없이 따라붙었으니까.


그걸 모를리가 없을텐데도 마누는 굳이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고 깊이있는 대답을 입 앞까지 떠먹여주었다. 내가 이해 되는 듯 안되는 듯 영혼 없이 대답 하거나 고개만 끄덕이고 있으면- 어느 부분이 이해가 안되는지 다시 물어 맞춤형 답변까지 해줘야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야... Chat GPT도 이렇게까진 안해...


“이 자세를 하기엔 근육이 아직 준비가 안됐어요.”

“이 책은 기본 자세들 한 눈에 보기 좋아요.”

“이 자료는 몸을 이해하는데 도움 될거에요.”


버거움도 잠시 뿐. 무엇을 물어봐도 속 시원한 답변이 나오니, 마누가 던져주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는 요가에 점점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직접 경험해보세요”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설명을 하고 난 뒤 그는 꼭 이 말을 덧붙였다. 오늘 말한 지식들은 전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얘기도 함께. 그 말들이 그를 신뢰하게 했다. 아는 것을 과시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건네주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왜 Mrs. 타로카드씨가 마누를 통해 배우라고 했는지 납득이가 돼.


계속되는 수련과 계속되는 질문. 통화가 반복될수록 나는 요가도, 그걸 하는 마누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서 말하는 것 같진 않은데, 어떻게 랜덤 질문 하나로 30분동안 끝없이 말할 수 있지? 나이가 나보다 두살이나 어리던데 대체 어디서 요가를 배웠길래 이모양(positive)이지?

그가 지닌 열정의 근원은 무엇일까?

그가 가진 깊이는 얼마나 오랜시간동안

다듬어졌을까?


셜록 처음 볼 때... 셜록 거의 다 볼 때

요가 이야기를 할 때의 마누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낮았고, 명료했다.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조차도 깊어져가는 그 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지루할 법한 내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답해주는 그의 태도가 따뜻했다. 다음 날 다시 같은 걸 물어보고 또 물어봐도 그는 단 한 번도 짜증내지 않았다.


절인 오이를 닮은 BBC 드라마 셜록의 배우가 시즌이 끝날때마다 잘생겨보이듯, 마누와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를 향한 호감도도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나에게 잘해주는지는 생각하지 못한 채 그저 그가 주는 지식들을 아기새처럼 받아먹으며 나는 이 모든 대화와 통화가

그린라이트’ 라고 여겼다.


그렇게 전화로 하이-퀄리티 무료 수업을 주고받던

그 해 초여름.

나는 어떤 결심을 하게 된다.



고백 할 결심.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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