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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zypea Aug 24. 2020

7. 재택 근무, 존재감 있게 일하려면

트위터에서 영구적인 무기한 재택 근무제를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많은 회사들이 빠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중순까지 재택근무를 시행하기로 하였다. 나 역시 3월 중순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으니 6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회사에서 별다른 공지가 없는 것으로 보아 최소 올해 말까지는 재택근무를 할 것으로 보인다. 태국에서 온 동료는 미국 시간에 맞추어 근무를 하겠다고 태국으로 날아갔고, 이 외에도 몇몇 회사 사람들이 모국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 완전 반대되는 시차만 아니면 진작에 한국에 가서 일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들어 갑작스럽게 재택근무가 확산된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도래해야 할 트렌드가 좀 더 일찍 빠르게 온 것뿐이라는 시각들처럼, 새로운 시대에는 업무에 대한 접근과 업무 방식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면서 조직에 기여하는 가치를 공유하고 성과를 내보이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언컨택트 시대에 적합한 슬기로운 업무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문제가 곧 능력

우리 부서는 SME (Subject Matter Expert) 체제, 즉 한 사람이 한 분야를 완전히 전문가처럼 맡아서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월별 미팅 때마다 각자 맡은 분야에 대한 코멘트를 하는데, 나의 경우는 항상 내 업무는 깔끔하게 문제없이 처리해왔기에 미팅 때마다 딱히 언급할 만한 이슈가 많지 않았다. 이슈가 있었어도 이미 해결한 상태여서 대부분은 이번 달, 이번 분기 마감은 특별한 이슈가 없었다는 식으로 언급해왔다. 그런데 얼마 안가 동료 한 명이 미팅 때마다 많은 이슈들을 이야기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처음에는 그 이슈들이 크게 중요한 이슈들이 아니고 그 동료도 혼자 다 해결할 수 있는 이슈들인데 왜 저런 것까지 이야기를 하지? 싶었으나, 곧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많은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문제가 없는 경우보다 문제가 있는 경우를 더 원한다.


간단히 예를 들어 보면, 고객이 구두를 맡기러 수선공을 찾아갔다고 해보자. A 수선가는 구두를 살펴보니 약간 까지고 닳은 부분이 있어 그 부분까지 알아서 다 케어해준 후 새것처럼 깨끗한 상태로 고객한테 구두를 내어준다. 고객은 만족한다. 똑같은 구두에 대해서 B 수선가는 고객에게 이야기한다. "구두의 앞코가 닳고 옆의 가죽이 헤진 상태네요. 처음과 똑같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고객은 구두 수선이 잘 될까 불안해하다 며칠 후 구두를 찾으러 간다. B 수선가는 그때 말씀드린 문제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했다고 말하며 새것과 같은 상태의 구두를 고객에게 내어준다. 똑같은 상태의 구두를 똑같은 방법으로 해결했다고 할 때 고객은 A와 B 중 누구를 더 전문가로 신뢰할까? 둘은 단순히 업무 방식이나 소통 방식이 다른 것에 불과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B를 더 신뢰할 가능성이 크고 앞으로 구두에 문제가 생겼을 때 B를 찾아갈 확률이 크다. 문제를 내보이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묵묵히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이슈를 해결하고도 이 과정을 놓치기 쉽다.


오피스 업무 환경이 아닌 언컨택트 시대, 재택근무의 시대에는 문제를 더 활발히 동료들과 리더들과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그치지 않고 해결 방법을 공유하고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자칫 조용히 자기가 맡은 일만 열심히 하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해야 하는 재택근무의 환경에서는 존재감이 없어질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업무적 접근 방식을 새로운 리더십이 올 때마다 자주 보게 되기도 한다. 사실 그들은 더 오버하여 이미 잘 돌아가고 있는 방식을 일부러 다 바꿔버리는 경우도 많다. 전임자의 방식을 따라가면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없기에 문제를 일부러 만들고 그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와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물론 의도는 모르는 것은 아니나 이 경우는 사실 자원과 인력의 낭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생각할 때, 애플의 CEO 팀 쿡 (Tim Cook)은 꽤 능력 있는 리더로 보인다. 스티브 잡스라는 아이코닉한 리더의 후임이 된다는 것은 굉장히 많은 부담과 동시에 계속 비교당할 수 있다는 위험을 수반한다. 비록 아이폰이 이제는 변화가 없다는 불평불만이 많고 나 역시 새로운 아이폰이 나와도 기대가 하나도 안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찌 보면 전임자가 만든 가치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주주 가치를 지켜내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인 요즘 그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


앞에서 한 이야기로 돌아가 나 역시 자신을 드러내기 쑥스러워 그저 열심히 일만 해왔던 직원으로서 사사건건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고 무슨 일을 해결하고 있다고 알리고 공유하여 남들을 피로하게 만들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우리와 같은 묵묵하게 일하는 것이 특징인 사람들은 좀 더 활발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 재택근무 시대에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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