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놀이터 혼자 갈 나이

엄마와의 분리 연습

by 레이지살롱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놀이터에서 아이가 노는 동안 지켜보며 기다렸다. 집에 오자고 하면 5분만, 10분 만을 외쳐서 어릴 때는 '미끄럼틀 세 번까지만 더 타고 가자' '엄마 너무 추워~' '집에 가서 밥 먹자~' 하고 데리고 오곤 했는데 요즘엔 혼자 가서 친구랑 놀다 들어온다. 아이 어릴 때 놀이터 따라다니는 게 당연한 거였는데, 작년에 보니 아이 친구들 중 혼자 오는 친구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제 분리의 시기가 왔음을 감지했다. 놀이터에서 만나던 아이의 친한 친구 엄마와도 서서히 '아이만 보낼게요~' 하고 시간 약속만 하고 보내는 일이 많아지더니 요즘은 당연하게 아이만 보내게 되었다. 오늘은 돌봄 수업이 끝나고 바로 친구들하고 놀이터에서 놀고 온다고 해서 집에 오고 있지 않으니 이제 서서히 아이도 홀로 서기를 하는 시기가 다가오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에 아이 계란 프라이에 간장을 넣어 밥을 비벼 주다가 번뜩 생각이 들었다. 아이 때부터 비벼주던 습관으로 내가 계속 비벼 줬는데 이제 혼자 비빌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소고기 미역국에 소고기를 얇고 작게 썰어서 주었었는데 이제는 고기 덩이도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는데 아이가 크고 있다는 걸 가끔씩 잊곤 한다. 이제는 샤워도 혼자 하고, 화장실도 혼자 가서 해결할 수 있고, 신부름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엄마랑 항상 다니다 보니 아직도 아이는 당연한 듯 어딜 가도 엄마 따라가고 같이 가자 하고 있지만, 놀이터를 시작으로 서서히 분리하는 연습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뭔가 시원하면서 섭섭한 기분이 든다. 나는 독립적이고 개인 적인 편이라 혼자만의 시간이 생김에 자유로움을 느끼지만 한동안 항상 붙어 있던 아이가 조금씩 분리되어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는 게 어색하기만 하다. 앞으로는 정신적으로도 더 분리시켜야 할 때가 곧 다가올 텐데 내가 그리 헌신적인 엄마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늘 놀이터에서 2시간만 놀고 오기로 한 아이가 2시간 20분을 넘어서 집에 돌아왔다. 지난번에도 1시간 반 만 놀고 오기로 했는데 2시간이 넘게 놀고 와서 연락도 안되니 늦게 오면 엄마가 걱정이 된다 이야기를 해줬는데, 이렇게 분리하자마자 제시간에 들어와야 하는 걱정을 하는 게 아이러니한 것 같다. 아직은 어린 나이라 놀다 보면 시간을 잊고 놀 것 같은데 어리다고 둬도 될지, 더 크기 전에 미리 시간 약속은 지킬 수 있도록 해줘야 할지의 고민도 생긴다. 예전과는 다른 고민들을 해야 하는 학부모가 된 것 같아서 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육아서에서 이제는 사춘기 아이들에 관한 책을 읽어야 하는 때가 된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이의 미래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