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길에서 만원을 주웠다면?

가진다 vs 그냥 못 본 척한다

by 레이지살롱


아이와 함께 돈을 주우니 순간 고민이 되었다. 물건이라면 누군가의 것이 확실하니 그냥 놓고 오는 게 맞는 거라고 가르쳤는데, 주인도 찾아 주기 애매한 만 원짜리 지폐였다.


같이 있던 아이 친구는 그냥 놓고 와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아이는 놓고 가면 누군가가 가져가 버릴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돈이 었는데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가져가면 억울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에게 놓고 오라고 말하지 못했다.


사실 내가 어렸을 때는 놓고 왔었다. 아이 나이 즈음, 초등 저학년 때 집 근처에서 500원짜리 여러 개가 떨어져 있는 걸 보았지만, 주인이 다시 와서 가져갈 수 있으니 그냥 못 본체 하고 왔다. 하지만, 곧 다시 그 길을 지나가야 해서 보았는데 바닥엔 돈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사이 주인이 가져갔을 리 없다고 판단되니 그냥 놓고 간 내가 바보였다고 생각이 들고 그 돈을 못 주워간 것이 아쉬워 내내 생각이 났었다. 꽤 오랫동안 생각이 나서 비슷한 일이 꿈에도 나왔던 기억이다.


이번에도 집 근처에서 발견한 돈이라 더 양심에 가책이 느껴졌나 보다. 바로 누군가 바닥을 보면서 오지 않을까 싶어서 오면 바로 찾아줘야지 했지만 나타나진 않았다. 아이에겐 누군가 아파트 카페에 돈을 잃어버렸어요라고 이야기하면 찾아주자라고 말하고 가져왔다.


아이는 좋다고 집에 가져와서 저금통에 넣었다. 지하철역 근처에서 주웠으면 같이 아싸~ 하고 좋아했을 텐데. 같은 입주민의 돈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찜찜한 걸까. 아이에게 제대로 교육해주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찜찜한 걸까. 그 돈을 놓고 왔으면 찜찜하지 않았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들 친구 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