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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Sep 30. 2022

도서관 가기 좋은 금요일

도서관 가는길 담장엔 단풍이 들어 가을을 느낄 수 있었다. 기분좋게 갔는데 휴관이라니.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항상 집 근처 공공 도서관을 간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엔 1층은 어린이 코너, 2층은 성인 코너 3,4층은 열람실과 강당 등이 있다. 휴직하고부터 이용하기 시작한 도서관은 요즘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이 자주 간다. 아이와 함께 가기도 하고 혼자 가기도 한다.


보통 내 책과 아이가 읽을 만한 책의 추천 책들을 도서관 사이트에서 미리 예약하거나 다른 도서관에서 상호대차 서비스를 해 두면 도서관에서 책 도착 알림이 온다. 그러면 집에 있는 다 읽은 책들을 들고 가서 반납과 대출을 동시에 한다. 보통 2-3일에 한 번씩 가는데 월,화쯤 한번, 목,금쯤 한번 가게 되는 꼴이다. 하지만 우리 도서관은 금요일마다 휴관이다. 결혼 전엔 금요일은 술 마시는 날, 약속 있는 날로 도서관 따위 갈 생각을 못 했지만, 지금의 나는 술보다 책이 더 좋기에 금요일엔 특별한 약속도 없고 희한하게 금요일만 되면 도서관이 생각난다.


우리 가족은 보통 주말엔 야외로 나들이 가는 날이 많고 나와 남편 특성상 차 막히는 걸 싫어해서 새벽부터 서두르는 편이라 금요일되면 미리 책을 빌려 놓아야겠다는 생각에 도서관을 가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는것 같다. 매번 휴관이란 사실을 까먹고 한두 달에 한 번은 기어이 도서관까지 가서 셔터 내린 도서관을 두 눈으로 확인하며 내 머리를 스스로 쥐어박게 된다.


사실 어렸을 땐 책을 좋아하던 아이는 아니었다. 4살 터울인 친오빠가 고등학교 때 제발 책을 읽으라고 그때 한참 유명했던 책 한 권을 건네며 '이 책 다 읽으면 5천 원 줄게'라고 했는데도 책을 읽지 않았다. 그땐 책의 즐거움을 모를 때라 5천 원 안 받고 말 지라며 쉽게 포기했는데 그때 오빠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책 읽는 즐거움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되새겨보기도 했다.


20대 때 대학을 졸업하고 나의 삶의 길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할 때, 위인전과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었었다. 어디 조언 구할 사람도 없었던 젊은 시절 책을 통해 용기와 위로를 많이 얻었었는데 직장을 다니며 책을 놓고 살았다. 다시 책을 전투적으로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다. 지금은 책을 읽는 이유가 재미보다는 배움과 깨달음을 위한 생존 독서라는 표현이 더 맞을 수도 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막막할 때 이미 다녀온 사람들의 노하우를 책을 통해 배우려고 책을 읽는다. 책 한 권으로 그들의 노하우를 다 습득할 순 없지만, 주위에서 쉽게 닿을 수 없는 전문가들과의 거리감을 책이 채워 주고 있다.


오늘도 문닫힌 도서관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돌렸다. 예약해 놓은 책이 너무 읽고 싶어 달려간 거였지만, 이번 주말까지 대출기한에 다다랐는데도 펼치지 않은 책이 집에 있다. 주말엔 그 책을 읽으며 위안을 삼아야겠다. 걱정되는건 오늘이 문닫힌 도서관을 보는 마지막이 아닐 거라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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