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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Oct 11. 2022

엄마, 왜 놀이터에 친구들이 없어?

며칠 전 첫 현장 학습을 다녀오고 아이는 당연히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3시쯤 학교로 돌아올 예정이어서 아이 데리러 가는 시간에 놀이터 갈 것을 대비해 나는 읽을 책을 챙겼다. 대형버스에서 아이들이 내리고 각자 바쁘게 흩어졌다. 아이는 친구들에게 얘기할 틈도 없이 다들 사라져 버려서 당황했다. '놀이터에 가면 혹시 애들이 있지 않을까?'라며 놀이터를 가봤는데 예상과 달리 놀이터에는 딱 한 명의 친구만 있었다. 그 친구도 4시가 되니 학원 간다고 놀이터를 떠나 아이는 속상해하며 집으로 왔다.


평일 3, 4시엔 아이들이 학원 가기 좋은 시간이다. 보통 12-1시 사이에 학교 수업이 끝나 2시 전부터 방과 후 수업이나 학원 수업을 시작하기에 3시에서 3시 반쯤 두 번째 학원에 가는 시간이다. 아이는 아직 학원에 가지 않으니 놀이터에 가면 친구들을 만나기가 어렵다. 생각해보니 유치원 때도 놀이터에 가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7살 때는 우리 아이와 한두 명의 친구들만 놀이터에 남곤 했었다.


우리 아이가 아마 반에서 학원 안 다니는 유일한 아이일듯하다. 학원에 안 가서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아이이기도 하다. 학원에 보내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배우고 싶어 할 때 시키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보니 아직 따로 보내고 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작년 처음 초등학교에 올라갈 때는 나도 고민이 많았다. 워킹맘으로 일하고 있어 유치원을 집 근처보단 회사에서 보내기 좋은 쪽으로 보내다 보니 아이에겐 동네 친구도 없고, 아는 엄마도 없어 학교 친구를 사귀기 위해 학원을 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고민도 잠시, 입학하고 학교에서 바로 친구를 사귀고 와서 그 고민이 사라졌다.


올해는 수영을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어린이 수영장에 전화했더니 대기가 200명이라고 한다. 유명한 곳은 이미 다들 보내고 있던 모양이다. 우리 동네는 학구열이 높은 동네가 아닌데도 아이 친구들은 기본 두세 군데 학원에 다닌다. 저학년이기에 체육, 미술, 음악, 영어 위주로 다니는데 2~3개만 다녀도 평일에 학원에서 만나지 않으면 놀이터에서 놀 시간이 없다. 아이 친구들을 가만 보니 두 명씩 짝을 지어서 함께 학원에 가는 친구들이 보였다. 그 친구들을 보니 학교 끝나고 함께 학원으로 곧장 가고 학원이 끝나면 놀이터에서 다음 학원 시간 전까지 놀다가 다시 학원에 갔다.


친구랑 놀고 싶어 하는 아이를 학원을 보내야 하는 건가 하는 고민이 다시 생겼다. 얼마 전 마트 상가에서 태권도 학원 가는 친구들과 놀고 싶어 몇 시에 끝나는지 물어보는 아이에게 '태권도 학원 다닐래?' 물어보니 그건 또 싫다고 한다. 아이에게 아무리 재밌어도 학원은 학원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태권도 학원은 숙제 없고 놀고 온데~'라고 얘기해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학원에 가지 않으면 친구가 없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지만, 정말로 이리 없을 줄은 몰랐다. 놀이터에서 함께 뛰어놀 친구가 없어 태권도를 보내 좁은 학원에서라도 뛸 수 있게 하는 게 맞는 걸까의 고민을 오늘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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