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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Oct 20. 2022

아이가 심심해지면



아이의 일상은 바쁘다. 학원을 안 가도 돌봄 교실이 끝나고 매일의 해야 하는 루틴이 있다. 숙제가 끝나고 시간이 남으면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린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흔한 남매'나 학습만화 시리즈다.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책들은 깊이 없는 정보와 시시껄렁한 농담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사주지 않지만 특별한 날 사준 몇 권의 흔한 남매와 어몽어스 만화책이 집에 있어 아이는 같은 책을 몇 번이고 읽는다. 다행히 학습만화만 읽지 않고 그림책도, 글 밥이 많은 아동문고도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라 심심할 때 손에 잡히면 글 밥이 많은 책도 앉아서 한 권을 뚝딱 읽는다. 하지만 그 시간이 자주 찾아오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그림은 최근 제일 좋아하는 것을 그림으로 그리는데 한동안 어몽어스 캐릭터로 만화를 그리더니 요즘은 내내 포켓몬 캐릭터를 그린다. 처음엔 본인이 원하는 포켓몬 캐릭터를 프린트해달라고 했지만 그렇게 출력했다 금방 흥미잃고 버려지는 종이와 잉크가 아까워 직접 그리라고 했는데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본인 그림에 애정도 생기고 성취감도 느끼는 것 같다. 하나씩 그릴 때마다 폭풍 칭찬을 해주니 본인이 엄청 그림을 잘 그리는 줄 알고 있다. 덕분에 복잡해 보이는 그림도 잘 따라 그리는 편이다.


아이가 어릴 땐 심심한 시간을 혼자 견디지 못해 엄마와 아빠를 돌아가며 괴롭혔다. 아이와 함께 놀아주기도 하지만 하루 종일 놀아달라는 아이와 언제나 씨름을 하고 체력에 한계를 느껴 미디어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미디어를 한번 보면 중독성이 강해서 더 보고 싶어 하는데 보는 시간을 한정하고 보여주니 그다음부터는 더 보겠다고 보채지 않았다. 문제는 미디어 보는 시간이 끝나면 다시 엄마 아빠를 찾아 놀아달라고 따라다니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아이가 언제쯤 되어야 혼자 할 수 있을지 궁금하고 빨리 그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외동아이라 혼자 노는 게 힘든 건지, 우리 아이만 유독 혼자 하는 걸 힘들어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이에게는 심심한 시간이 필요한 것 같은데 그 시간을 못 견디고 미디어를 찾거나 놀아달라고 하는 것이 아이의 상상력을 키우기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심심한 시간을 갖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할게 아무것도 없어서 뭘 할지 찾는 시간, 내가 어떤 것에 흥미가 있는지, 뭘 하면 재미있을지 생각하고 한번 해보는 시간이야말로 나를 알 수 있는 시간이고 탐색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계속 미디어를 찾거나 누군가에게 의지한다면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놀아달라고 보채고 시간이 남으면 '엄마, 나 이제 뭐해?'라고 물어보던 아이였다. 미디어를 보고 싶다는 다른 표현이기도 하고, 놀아달라는 압박이기도 했지만 나는 못알아들은척 꿋꿋하게 알아서 장난감을 찾도록 했다. 요즘엔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 아이를 자주 보게 된다. 혼자 집중해서 무언갈하는 시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어 그렇게 고대하던 시간이 이제야 온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엄마 아빠와 함께 노는 걸 더 좋아하지만 혼자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된 아이가 대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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