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의 한기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계절, 봄에는 벚꽃 만큼 멋진 것이 있을까. 따뜻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면 벚꽃 개화 시기를 검색해 본다. 올해는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져서 예상보다 일주일 빠르게 피어버렸다. 올해 벚꽃은 뭐가 그리 급한지 기습적으로 확 피고 도망가듯 급하게 져버렸다. 화려한 꽃잎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진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사계절 중 봄이 유독 더 짧게 느껴진다. 꽃샘추위 때문인지 따뜻한 봄이 온 것 같은데 다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아직은 봄이 아닌가 하고 있을 때 금방 여름이 올 것만 같다. 올해는 이미 지나간 벚꽃에 자꾸 미련이 남는다. 왜 이렇게 아쉬움이 남아 그림까지 그리고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벌써 몇 번째 그린 벚꽃인지 모르겠다.
식물의 생장 시기를 잘 몰랐던 나는 아이가 어린이집 에 다닐 때 반 이름이 자주 헷갈렸다. 씨앗반-새싹반-꽃
잎반-열매반 순서였는데 꽃이 지고 열매를 맺는지 몰라서 우리 아이가 꽃잎반인지 열매반인지 일 년 내내 헷갈렸던 기억이 난다.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꽃부터 필 생각을 하니 마음이 계속 조급했던 것 같다. 시작하는 계절인 봄에 성과를 내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5월이 되어가는데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어 피어보지도 못한 나 자신이 자꾸 초라하게 느껴졌다. 벚꽃이 지고 나니 아파트 화단에 철쭉들이 화려하게 피더니 어느새 또 생명력을 잃고 있다. 꽃이 피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에 비해 찬란했던 시간이 너무 짧아 허무함과 삶의 무상함이 남는 것 같았다. 피어보지도 못한 나는 그림으로라도 찬란했던 꽃을 그리며 시간의 아쉬움을
담아본다. 봄의 여운을 담으며 나만의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