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책이 올해 우리동네 도서관 한책읽기에 선정되었다. 잔잔해 보이는 표지에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지만, 온통 자기 계발서만 읽던 터라 가벼운 소설을 읽고 싶어 졌다. 처음엔 이야기에 흡입되지 못한 채 읽었지만 반정도 지나니 등장인물들과 사건들에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이 책을 읽으며 '아,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이 이런 마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내용이 작가가 소설을 통해 상상하고 원하는 이야기를 구현했을 거란 짐작이 들었다. 영화감독들이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걸 보며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결국은 창작자들은 똑같은 생각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았을까. 내가 원하는 세계, 내가 원하는 주인공과 배경 그리고 그들의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마음 말이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만든 세계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본능적으로 끌려 결국은 도서관의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어졌다. 내가 상상하고, 원하는 세계를 내 그림책에 녹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글을 쓰고 싶어 져 글을 쓰고 있지만, 내가 왜 글을 쓰는지, 왜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 하는지 답답하기만 했는데 결국은 나에게도 내가 보여주고 싶은 세계를 다른 사람들에게
도 보여 주고 싶은 욕망이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라는 소설을 읽
으며 에세이와 소설의 차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소설 속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은 이슬아 작가와 그의 모부, 그리고 그가 살고 있는 환경이 그대로 나온다. 하지만 소설이란 이름으로 허구와 실제를 적절히 섞지 않았을까 생각되지만 여전히 혼란스럽긴 했다. 하지만 작가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세계이기에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책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내가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고 느낀 부분도 이대목이었다. 그림책을 펼치면, 몇 장 안 되는 페이지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현실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그림책 속에서는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세계가 정립되지 않은 채 현실과 똑같은 이야기를 구현해 내고 있었다. 내가 이야기를 맺지 못하는 이
유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하지 않아서, 그 세계가 탄탄하게 설계되지 않아서 주인공도 등장인물들도 재미없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요즘 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 재밌는 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고 나면 뿌듯하고 좋은데, 그 그림을 그리기까지가 힘이 들기도 하고 왜인지 두려운 마음이 들어서 그림 그리기 전까지 예열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나는 과연 그림을 좋아하는 것일까. 좋아하는건데 왜 이렇게 시작하는 게 힘든 것일까 고민했다. 내가 원하는 수준의 그림을 그리려면 잘 그려야 하는데, 잘 그리지 못하니 그리고 싶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잘 그리는 사람을 보면 부럽고 질투가 난다. 그래서 그림을 잘 그리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엉덩이 너무 가볍고, 집중되지 않는다. 나의 문제를 뻔히 아는데 안 되니 역시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사실은 안 맞는 것일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얼마 전 데이비드 호크니의 책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라는 책을 읽으며 호크니도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린다는 글을 읽고 자기 일을 즐기려면 시간을 역시나 아주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확인했다. 황보름 작가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글을 쓰는 게 너무 재밌어서 하루 종일 글을 썼다고 한다. '악귀'로 복귀한 김은희 작가 또한 글을 쓸 때는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쓴다고 한다. 역시나 시간을 투자하고 잘하게 되면서 즐길 수 있는 경지까지 그려야겠다고 결론을 맺었다. 소설을 쓰고 싶어진 마음처럼, 나의 세계를 얼른 종이에 옮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