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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zyvision Oct 21. 2023

Lazy Thought. Q

Q의 lazy thought

2021년이 32살이었던가. 어찌어찌 지나간 30살, 31살. 그 후 진짜 아 내가 30 대구나 느꼈던 나이였다.


어느 연예인이 30대가 되고 나니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할지, 어떤 말투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 이야기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우선 남들 보기에 나쁘지 않은 회사에 들어왔고, 일주일에 두 번 운동하고, 건강하게 영양제도 챙겨 먹고, 적당히 재테크 공부도 하며 인생의 1분기 임무를 부지런히 수행해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지?


30대가 되면 모두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느라 외로워진다는 소문이 있던데, 앞으로도 나에게 재미있는 일이라는 게 생길까? 하는 그즈음에 동네 친구 J의 대학교 동기 Y가 나의 오랜 동네 방배동에 자취방을 얻어 이사를 왔다.


일주일에 한 번, 아니 어떨 땐 그 이상을 Y의 집에서 만나 Y가 직접 만든 맛있는 안주와 함께 내추럴 와인을 마셨다. 취기와 함께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에서부터 현실적인 이야기까지 끝을 모르고 대화는 이어졌다. 고민 많은 30대 친구들의 대화 주제는 넘쳐났다. 때로는 별말 안 하고 널브러져 있어도 어색하거나 심심하지 않았다. Y의 집은 마치 미국의 시트콤 '프렌즈'의 모니카의 집처럼 말 그대로 아지트가 되었다.


Y의 집이 모니카의 집이라면 아지트의 후속작 레이지 비전은 Central Perk랄까. 심심할 때 운동복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맘 편하게 놀러 갈 수 있고 퇴근길에 와인 한잔 할까 하고 스윽 들러볼 수 있는 곳이었다.


브랜딩 디자인을 하는 Y사장이 모호한 개념들을(편안함, 친근함, 널브러짐 등) 구체화시켜주었다. 다년간의 회의 진행 경력을 가진 J 사장은 깔끔하게 흐름을 이어나갔다. 그 안에서 나는 기타 등등 (운전자, 투표자, 아르바이트생, 정리이모 및 응원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저 말 잘 듣고 재미없는 미생 회사원 ISTJ으로써 조용한 반항아 INFJ Y와 행복추구 및 실행형 인간 ESTJ J의 '알아서 처리함'에 편승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지만 이 재밌는 프로젝트에 껴준 것에 감사하고 있다.   


레이지비전을 가오픈한 이후, 내 친구들뿐 아니라 Y, J의 친구들, 단골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 주변 사람들과 공존(?)하는 세계관과는 다른 삶을 듣게 되면서, 뻔하게 그려지던 지루한 30대가 아닌 꽤 새로운 세상에 온 것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친하지 않았던 지인들도 이 공간이 궁금해 찾아와서 함께 와인을 마시며 몰랐던 모습들과 속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 만나 반갑고, 새롭게 알게 되어 반갑고, 더 많이 알게 되어 반가운 인연들이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경험 안에 있고 이 모든 공감과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나에게 흘러 들어온다는 게 레이지비전의 가장 큰 장점인 게 분명하다.


손님들은 강아지와 산책하다, 바로 옆 카페에 가려다가, 심지어는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도 레비에 방문한다. 그걸 보면 우리가 경험으로 말하고자 하는 추상적인 표현들이 손님들한테도 잘 전달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일상생활에서 퇴근하고 잔잔하게 심심함을 달래러 오는 공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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