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 어버버의 뜻을 찾아봤다.
어버버란 말을 하거나, 글을 읽을 때 분명하게 하지 못하고 더듬거리다는 뜻이다. 그렇다. 난 요즘 자주 종종 어버버 한다.
참나 어버버라니,
나름 23살부터 33살까지 10년을 기자로 일해온 나였다. 방송기자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라디오 출연을 1년간 했고, 방송에도 종종 출연했던 나였다.
어버버보단 똑 부러지고 명확하게 말하는 나였다. 그래야만 했다. 기자라는 직업은. 정확한 질문을 하기 위해 수첩이나 노트북에 늘 질문을 적어두고 연습을 했고, 전화 취재라도 하는 날이면 좀 더 명확하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명확한 발음과 질문을 하기 위해선 머릿속에 대화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어떤 대화로 시작을 할 것인가 등등 준비가 필요했다. 워낙 인에 베기는 일이라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요즘 어버버 한다. 회사를 그만둔 후 인터뷰를 한다거나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할 일이 거의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아무래도 출산과 육아로 사회와의 단절이 가장 크다.
두 번의 출산으로 나의 뇌세포는 상당수 소실된 듯하고 2018년부터 시작된 육아로 인해 유아기 단어를 사용 중이다. 예컨대 양치를 치카, 소변을 쉬야, 잔다를 코코, 밥을 맘마 등 대부분 일상에서 쓰는 단어를 유아기 때 단어로 쓰고 있다.
둘째를 낳으러 병원에 간 날 있었던 일이다. 유도분만을 시행해 관장도 하고 무통주사를 위해 무통 관도 삽입했다. 그래서 간호사는 소변이 마려우면 꼭 말을 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라고 했다. 소변이 마려운 나는 간호사를 호출한 후 "저기요 저 지금 쉬야가 마려워요. 쉬야 좀 누고 올게요"라고 말한 것. 간호사의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나이 37살 먹은 아줌마가 쉬야가 마렵다고 20대 간호사에게 말하는 꼴이라니.
사실 이런 일이야 그저 에피소드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어버버 거리며 말을 잘 못하는 나는 정말 답답해 미칠 노릇이다.
첫째 등 하원 때 담임 선생님과 첫째의 컨디션 등 소소한 안부를 묻는다. 간단한 질문인데도 왜 그리 단어가 생각이 안 나고 어법에 안 맞는 말을 해대는지 모르겠다. 동네 엄마와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다.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고,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왜 이리 머릿속에 뒤죽박죽 정리가 안되고 이상한 말만 툭 튀어나오는지.
그럴 때마다 내 입(주둥이)을 치고 싶고 머리를 콩 쥐어박고 싶어 진다. 밤에 자기 전에 생각나면 이불킥을 할 때도 종종 있다.
'아! 아까 왜 00 엄마한테 그런 말을 했지?'
'아놔 왜 그 단어가 생각이 안 났냐고!'
나도 성인이랑 대화하고 싶다. 멋진 미사여구 써가며 말하고 싶다. 질문하고 싶다. 티키 타카하며 이야기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