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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호 Nov 26. 2018

남한산성을 걷다

남한산성을 걷다



산성 둘레길을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속도를 맞춰 걷다 보면

허물어진 성곽들처럼 

풍화된 기억들이

마음을 헤아리는 깊이가 된다

낡은 기와에 뿌리박은 풀꽃들처럼

견고한 미움도 

깨지고 무디어져

꽃을 피운다

노송들이 구부정한 허리로

지난 여정을 반추하고

잠잠한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려준다




 아픔을 간직한 산성 둘레길을 걸으면서 치열했던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현재의 잠잠함이 권태가 아닌 행복으로 느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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