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 둘레길을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속도를 맞춰 걷다 보면
허물어진 성곽들처럼
풍화된 기억들이
마음을 헤아리는 깊이가 된다
낡은 기와에 뿌리박은 풀꽃들처럼
견고한 미움도
깨지고 무디어져
꽃을 피운다
노송들이 구부정한 허리로
지난 여정을 반추하고
잠잠한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려준다
아픔을 간직한 산성 둘레길을 걸으면서 치열했던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현재의 잠잠함이 권태가 아닌 행복으로 느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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