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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유 Jun 16. 2022

산책자

운동사심_서로 다른 마음을 품고 운동하는 사람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생각을 하고 싶을 땐 걷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걸을 때도 있고, 퇴근 하고 난 후 걸을 때도 있다. 걷는 것이 좋은 이유는 준비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편한 복장에 물 하나만 챙기고 이어폰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나만의 리듬에 맞게 걸으면 된다. 누가 뭐라 하는 사람 없고, 내가 보고 싶은 풍경을 맘껏 볼 수 있다.  어느 날 내가 자주 걷는 걸 알게 된 친구가 나에게 “밤산책. 참 멋있다.”라고 말했다. ‘밤산책’이라는 말이 참 듣기 좋았다. 나는 밤산책을 하는 중이었구나. 그 때부터 뭔가 있어보였다. 전에는 단순히 걷는 행위를 했다면 이젠 분위기와 감성에 젖어드는 산책자가 되었다. 산책을 하면서 알지 못했던 길을 찾게 되고, 보지 못한 새로운 예쁜 가게들을 보면 마치 보물찾기를 한 듯 기분이 좋아진다. 자동차로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느린 걸음으로 하나씩 찾게 된다. 그게 나의 길을 만드는 것이고, 나의 쉼터가 생기는 것이다. 



 나의 산책 코스는 몇 가지 있다. 내 집을 중심으로 하여 여러 방면으로 걸을 수 있는데 사라봉으로 가는 코스는 산지등대길로 걸어 우당도서관으로 내려와 우리집까지 오는 이 코스는 자연 속으로 걷는 길이라 맑은 공기로 리프레쉬 하는 것 같아 좋다. 바다를 볼 수 있고, 초록초록한 나무들이 줄지어 나를 에스코트 해주는 것만 같다. 

다음 코스는 우리 집 윗길로 걸어 신산공원을 지나 옆 동네까지 돌아서 오는 코스이다. 이 길은 많이 걷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무리 없을 때 걷는다. 걷다보면 신호등 앞에서 잠시 멈추며 숨을 고르는데 오래 걸으면 허리가 아파 저절로 몸을 숙이게 된다. 걸을 때 제일 불편한 점이 바로 허리에 무리가 오는 것인데, 처음으로 PT 수업을 받고 내 몸을 탄탄하게 만들어 체력이나 자세가 바르게 되니 다음부터는 허리가 아픈 게 아니라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걸어 다니는데 당연히 다리가 아파야지.


마지막 코스는 우리 집에서 내려와 탑동에서 관덕정을 거쳐 돌아오는 길인데 이 길은 탑동 바다를 보며 걷는 것이 매력이다. 그리고 곳곳에 숨어있는 예쁜 가게와 골목, 공간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는 길이다. 이렇게 동네 산책을 하면서 우리 동네의 정을 느끼고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알고, 점차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된다. 


 걷는 걸 좋아하다보니 이벤트도 참여를 했었는데 건강보험공단에서 주최하는 사라봉 길 걷기에 참가 했을 때 매번 혼자 걸었던 사라봉길을 사람들과 함께, 그들에 발맞추어 걷는 새로운 경험을 해봤다. 원도심 투어 스탬프 찍는 이벤트를 통해 우리 동네 곳곳을 찾아다니는 것이 마치 미션을 해결하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거 같다. 골목길의 걷는 재미와 관심 없던 문화재를 보며 동네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 오로지 내 두 다리로만 지도를 보며 모든 코스를 완료하였다. 스탬프를 모으고 미션 클리어 하고 이 모든 것을 해냈다는 뿌듯함은 평범한 일상에 하나의 특별함을 만들어주었다. 



아직도 나는 이 코스들을 걷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의 길을 만드는 것은 나만이 할 수 있다는 걸. 

나에게도 여러 길이 있으니 어쨌든 돌고 돌아 나의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 거다.


나는 산책자다.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걸어 다니는 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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