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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유 Aug 02. 2022

카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운동사심_서로 다른 마음을 품고 운동하는 사람들

 하체 운동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이 드는 건 한 운동이 끝나고 다음 운동으로 넘어갈 때 걷기도, 서 있기도 힘들다면 그 날 하체는 빵빵함을 넘어서 속까지 땅땅해진 것이다. 다음 운동으로 넘어 가는 그 잠깐의 시간동안 내 다리가 회복이 되지 않아 내 다리가 내 다리 같지 않는 낮선 느낌을 받는다. 가끔은 기어가고 싶을 때도 있다. 나보다 먼저 앞서 가고 있는 트레이너의 다리를 붙잡고 싶지만 그는 멀어져간다. 겨우 다음 운동 기구로 가서 트레이너의 시범을 보는 동안 내 다리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만 그것도 잠시 또 다시 나의 하체 근육들은 열심히 펌핑하고 있다. 머릿속에는 오늘 걸을 수 있을까, 계단을 내리다가 넘어지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가지며 운동을 한다. 가끔은 쇼핑 카트에 타고 이동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일어서기도 힘들어 내 다리를 손으로 옮기는 이상한 행동까지 나오는데 카트에 쏙 타서 트레이너가 끌고 다음 운동으로 이동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고통스러우니 그런 재밌는 상상을 한 번 해봤다.



 트레이너가 생각하는 기준과 내가 생각하는 기준이 다를 때가 있다. 그 동안 운동하면서 본 결과로 내가 할 수 있는 양을 아는 트레이너는 내 다리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하나 더, 하나 더 시킬 때가 있다. 유난히 그날따라 다리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면 내 컨디션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금방 다리는 괜찮아진다며 더 할 수 있다고 응원 같지 않은 응원을 해준다. 내 다리의 후들거림을 보지 못했는지 앞서 가는 계속해서 숫자를 세고 있는 트레이너를 보면 어쩜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는지 모른다. 그래도 꽤 경력이 있는 트레이너들이기도 했고, 나와 수업한 시간이 있어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양에 대해는 확실히 잘 알고 있긴 했다. 또 횟수를 다 채우고, 끝까지 해내는 것은 내 다리가 회복 돼서가 아니라 나의 기준을 좀 더 높인 것이다. 그러니 내 생각보다 좀 더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중이다. 

 운동을 하면서 다리는 정상으로 돌아오고 이 전보다 강해지고 있다. 내 몸이 강해지는 걸 느끼니 저절로 자신감이 올라가 내가 정한 기준에 만족하지 않는다. 나는 힘들고 어려운 운동은 참고 할 수 있지만 고통스러운 운동은 견딜 수가 없다. 그런데 그 잠깐의 고통을 넘어서면 고통마저 익숙해진다. 운동의 묘미를 이렇게 알아가는 중이다. 카트 안에서 내 다리를 쉬게 하는 것보다 계속해서 움직여 주는 것이 진짜 건강한 내 다리를 만드는 과정을 겪는 거다.


나와 타협하는 순간 반복되는 고통 속에서 제자리걸음만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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