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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유 Jul 09. 2022

살기 위해 호흡

운동사심_서로 다른 마음을 품고 운동하는 사람들

 내가 살이 쪘다는 걸 바로 알아채는 방법 중 하나는 ‘호흡’이다. 걸을 때, 잠깐 움직이고 나서 평소보다 호흡이 거칠게 느껴진다면 운동 부족, 살이 쪘다는 걸 알 수 있다. 호흡에 민감한 것은 공황장애 때문에 더 예민하게 군다. 숨을 잘 못 쉰다는 느낌을 받기만 해도, 심장이 뛰는 게 크게 느껴질 때면 호흡으로 안정을 찾아보려고 하지만 잘 안 될 때가 있다. 몸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도 가끔 이런 일이 한 번씩 일어나면 내 몸이지만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어 한 번은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았다. 잠들기 직전까지 몸을 움직였다가 누운 거라면 호흡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면 되고, 그런 게 아니라면 아직 불안이 남아 있는 것이니 너무 힘들면 약을 먹어도 괜찮다고 하셨다. 내가 운동을 끊다가도 다시 시작하는 이유는 바로 호흡 때문이다. 숨을 잘 쉬게 하기 위해서 시작하는 것이다.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숨을 쉬는 것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운동을 하면 그날은 정말 운동을 한 기분이 난다. 뛰는 게 정말 싫다가도 그 느낌을 받고 싶어 러닝을 할 때가 있다. 정말 살아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은 이유, 그 하나 때문에.


 웨이트 말고도 요가, 기구 필라테스를 하면서 호흡의 중요성과 각각 다른 호흡법으로 운동한다는 것을 알았다. 호흡계통과 순환계통은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운동의 에너지 요구량에 맞춰 작동한다고 한다. 그래서 근력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배 근육을 계속 당기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 PT 수업을 할 때도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옆에서 호흡을 맞춰 준다. 가끔 어디서 숨을 들이 마시고, 내 쉬고 잘 모르고 내 멋대로 편한대로 하고 있으면 옆에서 “후” 하고 알려주신다. 그렇게 호흡을 맞춰 가면 확실히 운동하는데 덜 힘들다. 처음에는 자세도 신경 쓰고, 버티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호흡하는 법을 놓치기 마련이다. 일단 지금 힘든 게 우선이라 숨은 본능적으로 알아서 쉬겠지 싶었는데 가장 중요한 게 ‘호흡’이라는 걸 알고 난 후 한 세트 준비할 때 자세만 아니라 호흡도 준비 자세를 취한다. 호흡에 따라서 배에 힘을 주고 있으니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고 중량을 올린 운동도 다치지 않게 잘 할 수 있었다. 


 요가나 필라테스에서도 호흡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요가는 시작 전에 숨을 가득 내 몸에 채우고 비우는 것을 반복하면서 몸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준 뒤 수련을 시작한다. 내 몸에 공기가 가득 찼는지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한다. 몸만 안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준비 자세에서 마음과 머리도 비워 오롯이 내 몸과 지금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역시나 처음에 요가를 하면서 숨이 거칠어지기에 호흡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데 나중에 익숙해지니까 저절로 호흡으로 조절하면서 늘기 시작했다. 필라테스를 할 때도 역시 선생님께서 필라테스 호흡법이라 하며 먼저 몸풀기처럼 알려주시고 수업을 시작하셨다. 갈비뼈까지 숨이 가득 채우고 내 쉬는 것을 반복. 수업에서도 이 호흡을 유지하면서 운동을 하다보면 저절로 알아서 호흡에 맞춰 내 몸도 맞춰간다. 


 모든 운동에는 호흡이 중요하다. 수영을 할 때도 처음 배우는 것이 호흡법이다. ‘음,파. 음,파.’ 내쉬고 숨을 다시 들이 마시고 자연스러워져야 자유롭게 헤엄도 칠 수 있게 된다. 

사격을 할 때도 그랬다. 숨을 들이 마시면서 총을 들고 내 쉬면서 과녁에 맞추면서 숨을 멈추고 그래야 총의 떨림이 덜 하면서 조준을 잘 할 수 있게 된다. 

 제일 기본이라는 ‘호흡’이 운동에서 기본이기에 그만큼 중요하다. 우스갯소리로 한 때 “숨쉬기 운동만 열심히 했어요.”라고 한 적이 있는데 숨쉬기야 말로 우습게 볼 운동이 아니라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사람이 사는데 숨 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듯이 운동에서도 안전하게 하기 위해 제일 필요한 것이다. 들숨 날숨을 잘하는 것만으로도 복부 근력을 키울 수 있기에 숨을 잘 쉬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니 국민체조에도 숨쉬기 운동이 있는 게 아니겠는가.

 숨을 쉬면서 내 내면의 소리도 들어보자. 내 안의 소리를 집중해서 들어본 적이 많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한 번도 없을지도. 


살아있는 숨소리가 어떤지 궁금하지 않은가?


 숨을 쉬는 호흡만큼이나 사람과의 호흡도 중요하다. 괜히 ‘호흡’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 게 아니다. 숨 쉬는 것처럼 함께 하는 사람의 마음과 생각이 맞아야 삐걱거리지 않고 안전하게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이제까지 나와 운동을 함께 한 선생님들과 호흡은 잘 맞게 간다. 물론 안 맞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건 안 맞는다는 걸 알아챌 때 서로 맞춰주려는 배려 덕분이다. 나의 호흡이 엇나가지 않게 중심을 잡고 지켜준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난 살아있음을… 안도의 한숨을 쉬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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