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이 자고 싶은 사이
우리를 연결해 준 건 다름아닌 '잠'이었다. 불면증이 있다는 나에게 당시 소개팅한지 일주일도 안 된 현재의 남편이 '잠자고 싶은 토끼'라는 책을 녹음해서 보내준 것이 결정적으로 마음을 열게 된 계기였으니까. 그 녹음파일을 끝까지 듣지 못한 채 나는 항상 잠이 들어 버렸고, 내 불면증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제 남편은 '잠자고 싶은 토끼'를 읽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재울 줄 안다. 나는 결혼하고 참 잘 잔다. 남편이 해주는 이야기에, 팔베개에, 나는 어느샌가 소르르르 잠들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남편도 마찬가지로, 결혼 전엔 엄청 올빼미였는데 지금은 열두시면 거의 잠자리에 든다. 사실 둘 다 형제 없이 자란 우리는 결혼 직전까지만 해도 남과 함께 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그 누구보다도 컸던 사람들이다. 집이 크지 않으니 침대에서만이라도 개인공간이 필요할 것 같아 침대는 최대한 큰 걸로 샀고 각자의 스탠드를 구매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우리는 꼭 붙어서 잘도 잠에 든다.
사랑이 수반하는 불안함, 질투, 독점욕, 서운함 등 온갖 불안정한 감정들이 배제된 평온한 상태로 잠자리에 드는 행복은 아주 달콤하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고르릉 고르릉 꿀잠에 빠지는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다행인지. 이 시간이 없다면 긴 하루를 견뎌낼 수 있었을까. 매일 잠들기 전의 그 짧은 시간, 일상의 대화와 사소한 스킨십, 눈맞춤의 시간이 크나큰 휴식이고 위안이다.
그렇게,
우리는,
언제까지라도 같이 자고 싶은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