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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ding Lady Apr 27. 2017

당신과 자고 싶다.

우리는 같이 자고 싶은 사이


우리를 연결해 준 건 다름아닌 '잠'이었다. 불면증이 있다는 나에게 당시 소개팅한지 일주일도 안 된 현재의 남편이 '잠자고 싶은 토끼'라는 책을 녹음해서 보내준 것이 결정적으로 마음을 열게 된 계기였으니까. 그 녹음파일을 끝까지 듣지 못한 채 나는 항상 잠이 들어 버렸고, 내 불면증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제 남편은 '잠자고 싶은 토끼'를 읽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재울 줄 안다. 나는 결혼하고 참 잘 잔다. 남편이 해주는 이야기에, 팔베개에, 나는 어느샌가 소르르르 잠들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남편도 마찬가지로, 결혼 전엔 엄청 올빼미였는데 지금은 열두시면 거의 잠자리에 든다. 사실 둘 다 형제 없이 자란 우리는 결혼 직전까지만 해도 남과 함께 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그 누구보다도 컸던 사람들이다. 집이 크지 않으니 침대에서만이라도 개인공간이 필요할 것 같아 침대는 최대한 큰 걸로 샀고 각자의 스탠드를 구매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우리는 꼭 붙어서 잘도 잠에 든다.


사랑이 수반하는 불안함, 질투, 독점욕, 서운함 등 온갖 불안정한 감정들이 배제된 평온한 상태로 잠자리에 드는 행복은 아주 달콤하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고르릉 고르릉 꿀잠에 빠지는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다행인지. 이 시간이 없다면 긴 하루를 견뎌낼 수 있었을까. 매일 잠들기 전의 그 짧은 시간, 일상의 대화와 사소한 스킨십, 눈맞춤의 시간이 크나큰 휴식이고 위안이다.

그렇게,

우리는,

언제까지라도 같이 자고 싶은 사이.

녹음파일 가장 뒤에는 고백이 있다고 했음에도, 아직까지도 끝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 함정..
요즈음 남편은 내가 자는 사진이나 코를 고는 동영상을 찍고는 재밌다고 수시로 '재생'버튼을 누르며 놀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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