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채집 생활

책상 위에 피는 계절

식물채집

by JIA

으로 들어오는 길에 계절 풀꽃을 꺾어, 큰아이 책상에 물꽃이를 해둔다.

봄은 작은 꽃망울을 여는 산수유, 민들레를 꽃아 두고 며칠 지나면 홀씨가 되어있다. 여름이면 여기저기서 풀꽃들이 자라나니 자주 바꿔준다. 토끼풀을 꺾다가 발견한 네 잎클로버의 행운까지. 가을이면 노란 산국, 보라색 쑥부쟁이, 겨울엔 밤송이나 도토리를 주워 올려놓는다.

계절이 흐르는 자연의 풍경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나의 마음이다. 큰아이는 식물이 있는지 없는지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그저 방을 쓸듯이 식물을 바꿔준다. 문제집만 가득 채운 책상에 앉아 있을 때 식물을 바라보는 쉼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어쩌다 식물을 알아보고 "민들레네"라고 말해주면 나는 기다렸다는 듯 히 아는 척을 해준 것만으로도 반가워 호들갑하며 풀꽃설명을 해준다. 자연을 더 가까이 느끼고 계절의 바뀌는 거에 둔하게 살지 않는 것, 난 아이들이 자연과 가까이 지내길 바란다. 사실 책도 가까이하길 바란다. 자연은 밖으로 나가면 보이고,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되니 돈이 들지 않는다. 자연과 책을 가까이하면 사색과 생각을 하게 하니 더없이 혼자 보내기 좋은 시간이다.


산책을 하다가 바람에 떨어진 신갈나무 가지에 도토리가 함께 자란 형제들처럼 옹기종기 붙어있다. 떨어진 초록 밤송이는 입이 벌어져 세 개의 밤이 나란히 들어있다. 짙은 초록, 짙은 밤색은 가을로 가는 색이다. 손에 들고 와 아이 책상에 올려준다. 자연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작은 세상을 보는 것 같다. 잎과 줄기 열매에는 생명을 이어 주니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옹기종기 붙어 나란히 열매가 자라는 모습 또한 밤송이 하나에 단란한 가족의 모습도 담겨있다. 이제 밤송이들은 다 키운 밤들을 내보내며 스스로 살아가라며 땅으로 떨어진다. 텅 빈 밤송이는 다시 땅으로 돌아가 숲의 거름이 된다.

집안에서 키우는 식물들은 많은 햇볕이 필요하지 않아도 잘 자랄 수 있는 것들을 고른다. 공기정화라는 기능을 붙이지 않아도 초록식물이 집안에 자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안구, 마음정화가 된다. 풍수에서도 거실에 초록식물을 두면 집에 생기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겉흙이 마른듯하면 물받침에 물이 흐르도록 물을 준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싱크대로 모두 가져가서 샤워도 시켜준다. 식물샤워라고 해봐야 잎과 줄기에 물을 뿌려 먼지를 털어주고 물이 넘치도록 흠뻑 흙을 적셔주는 것이다. 우리도 샤워하고 나면 개운하듯, 잎들이 물기로 촉촉하게 머금은 식물을 다음날 보면 확실히 달라져 있다. 축 처져있던 줄기는 꽃꽃 해져 있고, 잎도 깨끗하게 윤기도 흐른다.


관심도 적당해야 하듯, 식물에게 자주 물을 주는 것은 혹시나 시들어버릴까 봐 불안해서 그런 경우가 많다. 물컵에 먹다 남은 물을 주거나, 남은 생수가 있다고 처분하는 식으로 주면 안 된다. 불안한 마음을 용케도 식물은 안다. 잎들이 힘이 없고 흙이 말랐다면 그때 한 번에 듬뿍 주는 것만으로도 식물은 충분하니 매일 바라는 보되, 물 주는 것은 잊을듯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식물이 잘 자라고 있는 건 집이 건강하다는 의미라고 한다. 공기가 순환이 되고 눈을 맞추고 관심을 주는 것은 식물과 사람이 교감하고 있다는 친밀도이니, 아마도 생명은 모두 마주하고 미소 짓는 것부터가 시작인가 보다. 건강하게 사람과 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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