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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잔디 Dec 19. 2022

자기 연민

그리고 '유나'

 월요일 9시. 분주히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내 일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았다. 한때는 사람들과 교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그것이 의미라 여겼다. 잠깐은 짧은 환호의 매력에 도취되어 이것이 나의 천직이라 여겼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혹은 꽤 오래) 나만을 위한, 나만에 의한 것이라는 일종의 고집이 풋풋함을 장악해갔다. 나는 스스로 너무 지쳐있다고 결단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위안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있었고 그것은 어떠한 작은 결과를 내더라도 의미보다는 허무함, 끝이 없는 미완성의 느낌, 배가 된 자기 연민을 남기었다. 좋은 가치라고 정하기 어렵다.


 선배의 조언으로 자기 연민을 벗어나기로 결심했더니 작은 일에도 다시금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월요일 아침을 분주히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무언가를 사유하는 행위만으로도 어떤 가치를 느낀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싶어지는 마음이 든다. 그러자니, 끊임없이 스스로를 꿰뚫어 보고자 애쓰며 함몰시킨 시간이 아깝다.


 '유나'를 쓴 건 다시 의미를 되찾고 싶다는 일종의 외침과 같았다. 자기 연민에 빠지면 자유롭게 작업하기가 어려워진다. 소재도 제한되고 자신감도 떨어진다. 하지만 친절한 선배들은 나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았다. 진심의 조언과 끈질긴 격려에 나는 감동을 받았고 마음을 가다듬었고 소중한 것을 손꼽아 보았고 곡 작업을 재게했다.


  1년 만에 발매하는 단 한 곡일 뿐이지만 나에게는 다시 의미를 쥐어준 기회같은 것. 자석처럼 외면으로 끌려가던 마음들을 적극적으로 당겨와 가사에 담았다. '같이', '기쁨',  '행복',  '사랑',  '어린 시절' 같은 것들이다. 그런 말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는 상대는 단순하고 명확했다. 나의 여동생 '유나'다.


 조금 쓸쓸하다 할지라도 밝은 곡을 쓰고 싶다. 아침을 갖고, 사람들을 보고, 꼼꼼하게 살고, 의미를 찾는 태도를 유지하고 싶다.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고 싶다. 마음껏 둘러보고 감사하고 사랑하고 싶다. 마침 연말이니, 어쩌면 좋은 시작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월요일 오전 10시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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