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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Jun 14. 2022

지귀

신께서는 기어이 제가 사랑에 난도질 당하기를 원하시나봐요.

그렇게 깨닫고 나자 체념과 슬픔과 예감과 확신이 사랑을 장작 삼아 타오르기 시작했다. 땔감이 과하게 많아서 가슴의 온도가 따뜻함에서 뜨거움으로 바뀌고 뜨거움이 목으로 차오르고 곧 입으로 코로 눈으로 쏟아졌다. 뜨거움을 눈물로 끄려고 아무리 노력해봐도 눈물은 눈물방울일 뿐이었으므로 꺼뜨릴 수 없다.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치솟았다. 모든 것이 장작이 되었다. 그러니까 곧 꺼질거라고, 순식간에 타오른만큼 꺼질거라고 미소가 떠올랐다.


연기가 피어오르면 그 말과 같이 이루어졌으리라. 아픔이 아스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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