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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Aug 08. 2021

아차산 코스

만 보 산책


아차산을 걷다 보면 몇 가지 재미 포인트가 있다.

만 보 걷기에 피곤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은 요소들이 가득.


일단 전망대에선 서울 강남, 강북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일출 감상 포인트로도 익히 유명한 지점이다.

바로 저 멀리 잠실운동장과 무역센터, GS 타워, 스타타워 등

송파구와 강남구 높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로는 건국대부터 세종대, 어린이대공원도

손에 잡힐 듯 들어온다.

서울 방면으로는 한강과 중랑천 인근이 다 보이고

경기 방면으로는 강동구 부근, 구리, 미사리까지도

전망이 펼쳐진다.

중간 기착지인 고구려 정자부터 각각의 보루들이

있는 곳까지, 도시 전경이 옆으로 펼쳐져

풍경을 좋아하는 이라면 지루할 새가 없다.


구리시 방면으로 하산하면,

역사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들이 쏙쏙 등장해

재미가 배가 된다.

구리 입구와 산 중턱 사이,

표지 안내판을 따라가다 보면

큰 바위 얼굴이 나타난다.

장발의 서양 미남 느낌이 풍기는 얼굴 형상,

가령 요새 머리 펌한 배우 김지훈 분위기

사람 얼굴이 등장하는데,

실제 그 바위가 발견됐을 땐

태왕사신기 촬영 시점 제작진이 발견한 터라,

배용준 욘사마 얼굴로 통했다고 한다.

바위 앞 표지판에 가면 일본어 안내판이 있는데,

2000년대 한류 초기에 일본인 팬들이

그 곳을 방문했나보다.

일부러 큰바위 얼굴을 보고자,

아버지와 지난 겨울 아차산 안 가던 코스를 뒤지며

산행자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간 적이 있다.

보물찾기를 한 느낌이 들어,

사진을 찍는 데 보너스를 얻은 듯한 기분에 잠겼다.

오른쪽은 실루엣이 뭉게졌으나

왼편은 뚜렷한 이목구비가 드러난다.

큰 바위 얼굴을 경유해 산 밑으로 가면

초입에 고구려 대장간 마을이 등장했는데

그곳은 조인성, 남주혁, 설현,  박성우, 정은채, 유오성 등이

등장했던 영화 안시성 촬영지였다.

안시성에 보면 양만춘과 고구려인들이

모여 지내는 마을이 등장하는데,

그 배경이 됐던 곳이다.

인간미 있는 리더를 그린 작품, 당태종 이세민을 향한

활 시위가 절정을 이룬 작이다.

고구려 마을을 지나 큰 길목으로 내려가면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유명 만두집과 고깃집, 한옥형 카페들이 있다.

찻길을 건너면 한강이 펼쳐져

경기도로 올라가면 팔당댐 방향, 서울쪽으로 방향을 틀면

광장동으로 향한다.

거기서부턴 한강 물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순례길마냥 계속 걸을 수 있다.

광진구 쪽으로 걷다 보면 오른 편에 구의 취수장이 나오는데

우리나라 컨템포러리 서커스 센터가 등장한다.

수도 사업지를 공연장과 연습장으로 개조한 곳이다.

거기선 차세대 서커스 예술인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동춘 서커스보다는

현대무용이나 실험연극 쪽에 더 가깝다.

기예가 중심이 되긴 하지만 표현법이나 캐릭터들이

좀 더 추상적이고 토털아트적 성격이 두드러진다.

매년 발표회나 축제 등을 열기 때문에

요사이 서커스의 변화와 새로운 서커스 형태를

보길 원하는 사람들은 들러보면 좋을 곳이다.

서커스 센터 앞쪽으로는 구 워커힐, W호텔이

눈에 띄며 계속 직진하면 광장동이 나온다.

여기서 도심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기 때문에

강 길에서 차도로 벗어날 수 있다.

봄의 벚꽃길이 조성된 곳이며,

그 길을 따라 바깥으로 빠지면

식당가와 카페들이 등장한다.

지하철 역쪽으로 가면 청소년 센터와 공연장,

스포츠 시설 등이 나온다.

지하철로는 5호선 광나루 역인데,

여기도 바로 아차산 초입이다.

아차산 둘레길 안내판. 광나루역.
아차산 광나루 길로 내려올 때 들르던 순댓국집
동그란 지붕이 청소년, 스포츠 센터

다시 아차산이 시작되는 곳.

설렁탕 집과 순댓국 집 등이 있는

골목 사이 사이로 들어가면

마치 숨겨진 코스인 양 아차산 초입이 나타난다.

산행객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

등산복을 입은 사람을 쫓아가면

입구를 발견할 수 있다.

광장 초등학교를 끼고 돌면 좁다란 골목이

등장하는데, 서울에 숨은 샛길로 정겨운 느낌이 가득하다.

지날 때마다 담벼락에 그려진 아이의

얼굴 표정을 보는데, 사뭇 진지해 재밌다.

무더위에 만난, 눈썰매 즐기는 아이. 광장중
광장중 담벼락
광장동 방면 아차산 길 표지판

광장초는 지인의 아버지와 삼촌이 졸업한 학교인데,

그래서 측근 통신에 의해,

이 곳이 윤종신이 졸업한 학교란 사실을

최근에 게 되었다.

이제 어느 라디오에서 들은 건지 기억도

나지 않음에도,

여전히 광장동은 좋아하는 가수의

유년시절이 깃든 곳이라, 왠지 모르게 정이 간다.

개인적으론 고등학교 절친의 고향이기도 하고,

기억에 남는 공연들이나 공연자들을 자주 본 동네다.

어느 날 솔리드의 작곡가 멤버를

논현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끝나고 길가에서 배웅을 받는 길에,

밑도 끝도 없이

저 어릴 적에

강변역 포장마차에서 윤종신이 솔리드 멤버들과

술 마신 얘기를 재밌게 들었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니 5~6년 전쯤

또다른 솔리드 멤버의 피잣집을 자주 가곤 했다.

소스 맛이 예전 2000년대 몹시 좋아했던

바른생활 샌드위치 소스 맛과 흡사했던 까닭에

그 샌드위치를 사먹던 이와도 가곤 했다.

90년대 문화를 좋아하는 친구들과도.

이젠 바른생활도 가로수길 피잣집도

다 없어진 듯하다.

좋아하던 브랜드들이 유행을 타고 사라질 땐

너무 안타깝다.

그런데 지난 주에 초딩 시절에 좋아하던

이서방 양념치킨이 서울 종로구 큰 길가에 아직도

있는 것을 보고 놀랍고 반가웠다.

사라진 줄 알았지만 그대로 있는 곳들도

물론 존재한다.

서울 서촌 길가에 보이던 이서방 양념통닭. 놀랍고 신비로웠다.

다시 아차산 광장 초등학교 중학교 담벼락으로 가서,

거기서 작은 샛길로 비집고 올라가면

식당들이 가득한 골목이 나타난다.

나는 이 골목을 꽤 좋아하는데,

그 골목을 보면 예전 대학로 명륜동 오르막길에

촘촘이 있던 음식점들이 생각다.

대학로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도착할,

마을 위쪽,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일 골목에 이르면

분식집, 밥집들이 골목에 주르륵 리하고 있다.

특히 좁은 샛길,

값은 너무 저렴하고 메뉴도 특이한

밥집 골목이 있었다.

가령 짜파덮밥 같은 게 라면 종류별로 있다거나

칼제비 같은 콜라보 음식들이 가득.

골목이 없어지면서 동시에 사라졌는데,

그 밥집 거리와 비슷한 느낌이

광장동 골목에 느닷없이 나타나 좋다.

바깥쪽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이런 좁다란 골목이 나타나는 게 신기하다.

거기서 더 올라가면 텃밭이 있는데,

옥수수나 방울 토마토, 상추 등이 가득하다.

그 동네 사람들의 공동 채소밭이다.

텃밭 뒤로 산행객들이 쉬어가는 그늘도 있다.

광장동과 아차산 입구 사이. 마을 텃밭.
아차산 입구 앞 광장

텃밭 옆길을 따라 주욱 올라가면 아차산 정문 입구가 나온다.

최근에 공사를 마쳐서 새롭게 작은 광장이자 야외 무

생겼고, 그 옆으로 둘레길도 오픈했다.

둘레길이 생기자마자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갈 때마다 줄줄이 걸어다닌다.

서대문구 안산 둘레길 이후 서울 야트막한 산이나 높은 산이나

둘레길이 계속 생기는데, 길 구성이나 재질은 모두 똑같다.

일단 휠체어를 탄 사람들도 이용 가능한 게

제일 장점인 것 같고,

산을 오르기 힘에 부친 날은

둘레길만 걸어도 운동이 되니

그 점도 좋아 보인다.

서울의 모든 둘레길을 걷고 싶어진다.

아차산 둘레길은 고구려를 비롯 삼국시대의

흔적을 느끼고 제주도 야트막한 올레길이나 오름을

기분이기에 적극 추천하고 싶은 길이다.

산 초입에 카페도 있어서

그저 산공기만 들이마시고 커피를 즐길 이라도

쉽게 갈 만하다.

아차산 둘레길 초입에 있는 숲속 카페

다시 아차산역으로 내려가면

도중 언덕길에 순두부 맛집들이 여럿 등장한다.

출출할 땐 어느 집을 들어가더라도

시장이 반찬인지라 맛있게 느껴진다.

역 가까이 가면 갈빗집과 떡볶이집들이 나오고,

최근에 내가 좋아했던 집은 타코 집로,

이 집은 코로나 시기에 도리어 확장 이전했다.

처음 방문했을 때

맛도 일단 너무 좋았고,

직원들이 모두 사장 같은 분위기였다.

테이블 닦는 포즈조차도 굉장히 정성이

담겨 있고

주문부터 결제까지, 직원들이 세심히 친절하고

진심이 어린 모습였는데,

그런 심플한 행태 하나로도 가게 전체 이미지가

결정되었고 계속 가고 싶어지는 곳이었다.

요사이 갔을 땐 웨이팅 줄이 너무 길어서,

(늘 길지만) 배가 고파 근처 산채 비빔밥 집으로

대체했다. 새로 장소를 옮긴 타코집도

꼭 가보고 싶다. 어린이대공원 후문 주차장

바로 옆에 있다.


아차산은 아주 높은 산은 아니라서

대략 2~3시간을 잡고 가면

산 정상까지 갔다가 둘레길도 걷고

마지막엔 맛집까지 섭렵하는 것으로 코스를 짜기

꽤 적당하다.

오전 8시나 9시에 약속을 잡으면

산을 모두 둘러보고 내려와 점심을 먹기 딱 좋은 코스다.

아차산 부근 맛집. 멕시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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