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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프레스 Apr 08. 2021

워커홀릭

레O프레스

오늘은 헬스장에서

레그프레스 기계를 다루는 법을 배웠다.

레그프레스는 기울어진 기기 아래 쪽에 누워서

다리를 밀며 운동하게 만드는 기구였다.

양 사이드에 무게를 실어서 할 수도 있다.

허리는 뒤로 두 발을 어깨 넓이로 벌려

발을 놓는 판넬에 대놓고는,

아래쪽 양 손잡이를 붙잡고 밀었다 올렸다 한다.

앞꿈치로 밀면 무릎이 아프기 때문에

뒤꿈치로 밀고 내려올 땐 무릎이

가슴에 닿을 만치 주욱 내려온다.

허벅지 뒤쪽 근육이 아픈 느낌이 들었다.


일단 헬스 기구를 이용하지 않던 입장에서

레그프레스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오리엔테이션 때도 잠시 배웠는데

다음날 허벅지가, 학창시절 체력장 다음날처럼 당겼다.

오늘은 뉴스 보다 생긴 스트레스나 이런 저런 피로를

해소하고자 열심히 하기로 마음 먹어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밀었다.


의욕이 앞선 탓인지 운동 약속 2시간 전에 도착했다.

시간을 착각했지만 나의 무의식이

'운동해!'라고 재촉했으리.

하체 근육 운동을 1시간 가량 한 뒤

자전거를 타면 지방 연소가 빠르다고 해서

자전거를 타려 했으나 헬스장이 문 닫는

시간이라 밖으로 나왔다.


오늘 운동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자 떠오른 노래는

월간윤종신의 <워커홀릭>었다.

(작사작곡 윤종신, 편곡 정석원)

이별 뒤 일만 하는 남자의 독백인데,

하동균이 "맡은 일을 척척해내버린다.놀라워"라고

부를 때 특히 "놀라워"라는 부분을 좋아한다.

마치 윤종신 환생에서 "오!놀라워라"처럼.

전자가 이별 후 후유증이고 후자가 사랑에 빠진 환희라면,

나는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는 자신에게 바치는 감탄사로,

놀라워!

레그프레스까지 하다니, 기특해,

스스로를 칭찬했다.

나에게 가혹하지 말자,라고 다짐하고 소소히

일상에서

건네는 인사. 집에 가서 얼른 "워커홀릭"을 상으로

들어야지 생각했다.

예전에 스포츠 관련 일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친한 선배가, 내가 이별하고 정신을 못 차리자,

'워커홀릭이 돼라'고

그게 최선의 비법이라고 얘기해준 적이 있다.

그리고 웃으며, 일을 많이 시켰다.

그 일 안에서 뭔가 깨달음을 얻었던 것도 같다.

몸을 쓰는 사람들, 정확히는 프로 선수들을 보면서

집중력이나 페어플레이, 체력 등에

놀라곤 했다. 그 마음은 그대로

무대에 오른 무용가들이나 배우들 여타 다른

이들에게서도 비슷하게 느끼곤 했다.

그저 나는 다리 한 번 공중에 (레그프레스에 의지해)

들었다 내렸다 했을 뿐인데,

뭐랄까 이게 그토록 감탄할 일이야 싶지만,

무대와 경기장 위에서 다리 한 번이 아니라

수십 수백 번 움직이는 그들은

또 그 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천 수만 수억 번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했겠지,

나도 그걸 본받아 적어도 운동하는 1-2시간만이라도

워커홀릭 일꾼처럼 기계를 들었다놨다 하자 다짐했다.

아직 익숙해지려면 좀 멀지만,

기계 앞에 간 게 어디냐 칭찬해주기로.

척척 해낼 때까지.

나의 뇌에 긍정 신호를 계속 보내주다.


최근 뇌 과학 대중서들이 많이 기인데,

작년 여름 발간된 책 중 '유쾌한 운동의 뇌과학'

이라는 책이 있다.

운동과 뇌기능의 긍정적 상관관계를

알려주는 책인데 우리 뇌가 기대하는 것보다

몸을 쓰면  좀 더 쉽게 촉진된다는 사실을

여러 실험 결과로 증명해준다.

운동 중에 산소 함량이 높은 대뇌 피질의 혈액을

조사해 보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휴식네트워크)가 작동된다고 한다 .

이 휴식 모드에서는 오히려 머릿속에서

활발 정보 교환이 이뤄지고

'해마는 그전까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기억들,

달리 표현하자면 감추고 있던 기억의 여러 조각

내보낸다'고 한다. 즉 더 창의적이 된다고.

니스 대학의 연구팀 결과였다.

저자는 내내 자신처럼 달리기를 하라고

그러면 뇌가 좋아진다고

강조하고 설득하며 수차례 검증된 사례와

연구 결과, 요새 학설 등을 알려주는데

가장 신기한 건 이 분이 워커홀릭이 사실.

쉬기 위해 달렸다고 하는데,

그래서 뇌가 다시 말랑말랑해지셨다면서

자기 연구 분야인 뇌에 대한 이야기 가득하다.

결국 운동을 했던 것이 뇌에 더 가까워지려는

노력이었다.

책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번아웃이었다던 저자가 결국 다시 일중독의

증명 자료를 보인 게 아니러니하면서도

왠지 지금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 같아

정이 가기도 했다.

알프스 산을 넘어 통학하던 얘기를 하면서

요새 아이들은 그런 통학의 기회가 없다고

아이들 운동 시간을 늘려야 한다 주장하는

부분에서도 공감이 갔다.

뇌과학자의 체력에 감탄하면서

잘츠부르크에 가면 이 저자가 떠오를 것 같았다.

잘츠부르크에서 운동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으로

공부한 저자다.

몇 해 전

잘츠부르크 돌로 울퉁불퉁된 거리를 뛰는 마라토너들을

본 적이 있는데,

달리기 중독자인 저자(마누엘라 마케도니아) 역시

거기 어딘가 있었을 것만 같고 그렇다.

무릎이 진짜 튼튼해야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던

잘츠부르크 달리기 대회.

나도 레그프레스랑 친해져서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무릎 주변 근육이

잘 생기면 꼭 달려보고 싶다.

더 잘 달릴 때까지 운동홀릭?이 되어보고 싶어

떠오른 책과 가요.


2019년 9월 월간윤종신 워커홀릭



유쾌한 운동의 뇌과학. 늘 달리는 신경과학자의 달리기 예찬서


잘츠부르트 달리기 행사장 부스. 여행 중 지나치다 찍은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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