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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프레스 Apr 18. 2021

동네 한 바퀴

옆 동네 반 바퀴

이따금 타인을 보거나 나를 대할 때

노래 한 곡으로 압축하게 되는 간이 있다.

인생 비지엠이라고 해야 할까.

그 사람 하면 떠오르는 노래 혹은 나의 어느 시기를

회상할 때, 어떤 미래를 꿈꿀 때 그려지는 노래,

그런 곡들이 리스트가 쌓이게 되는데,

계절이 변화하는 시기, 이때 내 인생 배경곡은

늘 '동네 한 바퀴'이다.

실제로 가장 많이 일삼아 내뱉는 단어가 제목이기도 하고,

사계절 추이 가운데 절기 같은 날

시간을 내어 걷다 보면 이 노래가 떠오른다.

동네 한 바퀴 외에도 윤종신의 야경, 자유로 선셋, 길 등

비슷한 감정결로 분류될 집합곡도 물론

풍성하지만 말이다.


잠시 동네 한 바퀴 좀 걷다올게,

좀 걸을까, 모월 모주 모일쯤 만나 00길 걸을까.

이런 말을 자주 하는 편이고

회사원일 때는 그 주변을,

프리랜서일 때는 거래처 경로를 코스별로

산책 콘셉트를 잡아 걷곤 한다.


열이 받았을 때 걷는 분노의 길,

추억을 떠올릴 때 걷는 옛날 그길,

설레는 순간을 잡아두고 싶을 때 걷는 설레발길

홀로 걸어 좋 나홀로 길, 같이 걸어 좋은 동반,

감동 작품 감상 후 남기는 여운길 등.

나의 산책길은 나이별로 지역별로 꽤 많은 편이다.


늦봄과 초여름 경계길, 4월의 주말

아차산길을 걸었다.

옛날 그길과 나홀로길, 떡볶이길, 엄마랑길, 아빠랑길, 싱어길, 첫사랑길

등 이곳에도 역시 여러 이름을 부여할 수 있다.

아차산을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 정도 걷고 나면

머릿속이 차분해지고 새로 발견한 풍경에

일상을 위로 받아 자주 찾는다.


오늘 아침은 가는 봄이 아쉬워

아차산을 1만 5천 보 가량 걷고

카페에서 브런치로

요거트와 베이글을 먹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광장 스타벅스.


1만 5천보가 쌓이기 전에 걸었던 길의 경로를

동네 한 바퀴 한 곡만 되풀이해 들으며

빠르게 왔던 길을 돌아볼까 한다.


시작코스는 5호선 아차산 1번 출구.

아차산을 오르는 경로는 매우 다양해서

광나루역에서 출발해도 되고

중곡역에서도 되고 구리시도 된다.

나는 떡볶이길을 애용하는 편이다.

(떡볶이 마니아라서.)

1번 출구로 올라가면

여성옷가게와 파리바게트, 베스킨라빈스가 있다.

빵집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골목이 나온다.

한지민이 좋아하는 떡볶이로 전참에 소개된 후

좁은 길에 차들마저 빽빽하게 대기해 포장해갈 만큼

인산인해를 이룬 곳이다.

야당역에 사는 친구는 이 떡볶이 때문에

이 동네에 안 사는 게 안타깝다고 했을 정도다.

과일로 우려낸 듯한(?) 상큼한 맛이 좋고,

가격도 착하다.

얼마 전부터 포장용을 사는 사람들을 위해

원래 위치에서 맞은편 분점이 생겨서

두 점포가 마주보고 있다.

아차산 길 초입 떡볶이 맛집

그런데 이 집만 대기줄이 긴 게 아니라

이 근처 같은 골목 떡볶이집도 줄이 긴데,

그 이유가 그집도 맛있고 서로 또 호불호가 있어서란다.

바로 순금이네 떡볶이집인데,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언젠가 야당역, 분당 단짝 떡볶이 마니아들과

함께 먹어보려 아껴둔 집이다.

상호가 순금이와 신토불이라서,

마치 흥보가 기가 막혀, 옛날 육각수 밴드이름마냥 정겹다.

이 떡볶이 집을 지나서 길을 따라 죽죽 올라가면

차도가 한 번 나온다.

이황 보습학원이 끝나고 (학원 원장님이 이황 성리학자나

그의 작품이나 사상을

좋아하나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한의원이 시작되는 입구인데

거기부터 오르막이 시작된다.

또 물론 다른 경로를 택할 수도 있다.

오른편으로 꺾으면 식당가 삼거리가 나오고,

두부 맛집들이 등장하는데

그길 오르막길로 가다보면

영화사 절이 나다.

그 절 옆길로 올라가도 되고,

조금 더 걸어서 나오는 동의초등학교 길도 괜찮다.

운동장을 보 지나 오르 아차산 정식 입구에 다다른다.

영화사는 첫사랑이 어릴 적 다녔던 절이라,

왠지 그 이름만 지나쳐도 절의 현판만 보아도,

살짝 설레는 편이다.

그리고 동의 초등학교는

10대 시절 라디오를 들을 때

좋아하는 가수 윤종신이

아차산 자락 초등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그 이후 산에 갈 때 혹시 이곳 아닐까, 싶어 팬심으로

두근두근! 하던 기억이 있어서

내겐 낭만의 공간이다.

팬들은 자신이 겪지 못한 가수의 어린 시절,

내가 태어나지 않은 시간마저도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가들 이름이 붙은 길이 있는 것처럼,

나는 이 아차산 길을 페이보릿 싱어로드로.

팩트 확인은 못했으나,

스스로 낭만을 부여한 길이다. 

마이 히어로 로드이다.

(글을 쓰고 얼마 후

친구 삼촌이 광장 초등학교를 나왔는데

윤종신 동문이라 했다.

워커힐 방면의 광장동 쪽이

마이 히어로 로드이구나.

다음엔 그 길 소개)


다시 아까의 한의원 삼거리로 돌아가서

오르막 빌라길을 걷는다.

이 곳은 동네가 별안간 판타지 공간처럼

불상 로케이션으로 변해, 편애하는 길이다.

가령 부산의 광안리 길,

광안리 전철역부터 바닷길 초입을 애정하는데,

그곳도 평범한 가게, 집들이 있다가

길 끝에 저 멀리 바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때의 기분이란, 도시가 은밀히 감춰둔 어떤 신비함을

선물받은 듯하다. 아차산 둘레길 초입 그렇다.

길 끝에 절의 향내가 나고 절에서 붙여둔 경구들이 보이고

부처가 있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갈 때마다 신기하다.

절 안에서 어느 스님이 엄청 덩치가 잘생긴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을 맞닥뜨릴 때도

그림 풍경처럼 경이롭다.

그 길을 따라 몇 걸음 계단을 오르면

지하철역에서 채 몇 분 걷지도 않았는데

서울 풍경이 한 눈에 펼쳐진다.

걷기 힘든 이라면 딱 거기까지만 차를 타고 와서

야경을 보고 가도 아깝지 않을 경치다.

둘레길 입구 절

요새 코로나로 모두가 마스크 산책자인데

심지어 절의 돌담도 마스크를 같이 쓴 듯하다.

흰 돌에 검은 판을 대었는데,

블랙으로 야구모자에 마스크를 낀 사람 같다.

절과 둘레길 계단 사이 기와 담벼락


이제 이 길부터는 둘레길로 목재로 정비한 길이

깔려있기 때문에 따라 걸으면 된다.

오른 편으로 역시 서울 일대가 계속 펼쳐진다.

내가 좋아하는 길은

길 전환이 이뤄지기 전 나타나는 소나무 숲길이다.

옛날에는 솔향을 별로 안 좋아했.

왠지 담배 냄새 같았다. 솔담배.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솔 음료도 괜찮아졌고

특히 소나무 숲 향이 좋다.

머리도 더 맑아지는 느낌이라

소나무 길에선 천천히 걷는다.

아차산 소나무길

솔향을 맡고 꺾으면 또 오르막길과 직진길로 나뉘는데

좀 더 빠르게 전망대가 가고 싶으면

오르막길로 가고 둘레길을 더 걷고 싶다면 직진하면 된다.

나는 오늘 직진했다.

전망대 가는 길의 바위산을 밟기 위해서다.

고구려 정자로 가는 길의 널따랗게 펼쳐진 바위.

삼국시대 이 곳이 격전지였음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예전에 헉헉거리며 걸을 때는

여기서 어떻게 전투를 했담,

난 걷기도 힘든데,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가팔라서 헉헉댈 바윗길이 둘레길 끝에

등장한다.

요샌 숨이 그렇게 차진 않다.

좀 다닌지 오래된 까닭이다.

법률용어를 배울 때

나는 사건과 용태라는 단어에 꽂힌 적이 있다.

사건은 어떤 정신작용 없이도 이뤄지는 일이고

용태는 정신작용이 동반되는 일이다.

그저 나이를 먹고 성인이 되고 민증을 받는 것은

사건이고 의식이 수반되면 용태다.

산을 오르는 게 물론 법률행위는 아니지만

부모님을 따라 억지로 다니다가

산이 편해진 건 내게 사건,

길 코스를 스스로 짜보고 다른 길을 찾는 건 용태 같다.

그런 용태 바윗길에서 쉬지 않고 오르면

한눈에 한강이 펼쳐진다.

올림픽 대교와 잠실 롯데 타워, 무역센터,

강변 테크노 타워,

스타 타워, 엘지 타워 등

서울에 좀 높다 하는 빌딩 들이 한눈에 잡힌다.

바윗고개 끝에는 고구려 정자가 있다.

요새는 코로나 19로 들어가진 못한다.

고구려 정자 기암 휴식처
전망대 전 1차 뷰

고구려 정자를 지나 왼편 길로 걸으면

전망대 가는 길이 등장한다.

새해 때마다 일출 행사를 할 정도로

도시뷰가 아름다운 곳이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작은 돌에 전망대라고 새겨져 있다.

서울 경관을 둘러볼 공간 안에는 망원경도 비치됐다.

무료이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좀 어지럽지만

정말 손에 잡힐 듯 서울 곳곳을 볼 수 있다.

전망대 서울 둘레길 표식


이제 여기서 좀 더 오르면 아차산 보루들이 나온다.

고구려 병력이 주둔했던 터들이 등장한다.

보루 1코스로 가는 길목의 야트막한 오르막길은

제주 올레길을 걷는 것 같다.

옆으로는 강동 하남 지역과 구리시가 펼쳐진다.

동네 경계를 넘은 것이다.

사실 행정구역 하나 지나친 것뿐인데,

보이지 않는 선을 넘는 느낌에 뿌듯해진다.

아차산 구리시 영역 전경


1보루 끝에는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듯

휘어진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역시 애정하는 나무다.

주로  이 나무를 만나고 나서 되돌아 오는 편이다.

한 시간 코스 정도로 만족할 때 경로 분기점이다.

1보루 길

여기서 좀 더 가고 싶으면 또 직진하면 된다.

역시 날이 좋아 직진했다.

아차산 4보루를 향해서였다.

4보루에 가면 용마산의 경계인데,

또 소나무 숲길이 왼 편에 바람의 방향으로 펼쳐진다.

나무들이 한 방향으로 휘어있다.

유연한 나무들을 보면 멋지고

그 몸짓에서 윤동주의 짤막한 시 전문이 떠오른다.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


나무, 윤동주


4보루 초입

4보루는 앞의 보루들과 마찬가지로 고구려 격전지다.

그때 쓰던 물품들이 발굴되어

지금도 한창 연구가 진행되는 곳이다.

이곳에 가장 윗선이 머물렀다던 터가 보존돼 있는데

가장 높은 곳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힘센 이들이 펜트하우스를

차지하고 있었구나 싶다 .

4~5세기 광개토대왕, 장수왕 기운이 서린 곳에서

다시 서울을 한 번 내려다보고

나는 힘센 이는 아니지만 마음이 광개토대왕 급이다,란

자만으로 왔던 길을 되밟는다.

가끔 힘이 남을 땐 용마산으로 건너가기도 하는데,

그쪽은 10대 시절 애증의 기억이 좀 있어서

자주 가는 편은 아니다. 모교가 있는 길.

그리고 엄마 말씀이 모랫길이 많아서

나처럼 잘 넘어지는 사람은 위험하대서

가급적 자제한다. 해가 갈수록 느끼지만

엄마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 먹는다.

어릴 땐 거역해서 좋았던 말들도

이젠 순응하는 나이에 접어들었다.

그렇게 엄마 말을 되새기고 돌아오는 길은,

왔던 길보다 수월하다.

물론 내려갈 때 더 조심해야 하는 게 산길이다.

그리고 무조건 산에선 자제해야 한다.

과욕을 부리면 넘어지거나 발을 삐끗할 수도 있다.

그나마 아차산은 낮은 편이라

뛰는 사람을 심심찮게 마주한다.

나는 달리는 이를 볼 때마다 이봉주 선수가 떠오른다

예전에 제주도 오름이었는지 얕은 산에서

쉬고 있는데, 어떤 이가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눈 앞에서 사라졌다가 돌아오는 광경을 목격했다

발의 빠르기가 정말 거짓말처럼 눈깜박거림과

같았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나는 너무 놀라고 경이로워 한참을 쳐다 보았다.

그 이후 이봉주 선수가 예능에 나올 때에도

제주도 풍경을 떠올리며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요새 아픈 곳이 생겼다고 하는데 나 역시

간절히, 그가 쾌유하길 바라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오늘도 잘 달리는 사람들 여럿이 내 곁을 스쳤다.

팔에 휴대폰을 부착하고

의상도 바로 갖추어 입고

정식으로 뛰는 산다람쥐과들.

나도 지금보다 체력이 좋아지면

그 모습을 가져보고도 싶다.

달리기 의상을 풀로 장착하고

휴대폰은 꼭 팔에 부착하고 멋있게,

자세 흐트러지지 않고,

폼으로 달리는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신이 난다.

그렇게 왔던 길을 되돌아 오면

다시 고구려 정자를 만난다.

이때 또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바윗길로 내려갈 것인가,

좀 더 왼편의 계단길을 이용할 것인가,

아니면 아예 구리시로 가버릴까.

이번엔 그 3가지 길아닌,

요사이 새로 정비된 직진 오르막길

아차산성길로 접어들었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항쟁기에

영토싸움의 중심지였던 한강유역 아차산성.

옛날 기록 아단성.

백제 개로왕이 고구려 장수왕에게 함락당했고

백제 성왕과 신라의 진흥왕이 다시 연합해

탈환했던 삼국 권력의 증거.

나중에 또 신라가 백제 뒤통수를 친다.

관산성 전투로 진흥왕이 성왕을 배신하는 것.

성왕은 진흥왕의 배신을 예견하고

관산성 전투 이전에 일본에 노리사치계를 파견해

불교를 전파하며 돈독한 관계를 맺어둔다.

일본과의 연합 차.

아차산은 5세기와 6세기 이곳을 차지하려던

정치 외교적 몸부림이 있던 곳이라,

왠지 지금을 사는 이들에게도 크게 와닿는 것 같다.

협작과 배신, 의리와 이합집산.


아차산성은 여전히 문화재 발굴로 공사 중이다.

온달이 참전했던 아단은 요새 단양이라는

학설이 있다던데, 일단 삼국 아차산성 앞에서

안내문을 읽어보며 하산했다.


아차산성
아차산성 발굴 흔적들 안내판


아차산 정식 입구는 여전히 공사가 한창이다.

공원과 숲도서관 등을 조성 중이다.

2023년에 도서관이 완공된다.

공사 설명 안내판

그때 여기 와서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를 읽어야지,

란 마음속 예약을 하고

워커힐 길로 가 보았다.

걸을 힘이 좀 남아서였다.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아차산역,

왼편 광나루 길인데

굳이 전철역 가기 전 숲길로 돌아서 갔다.

워커힐 쪽에 이르니 하얀 꽃나무가 등장했다.

너무 예뻐서 요새 다운 받은 나무 어플에

넣어보았더니 산딸나무라고 한다.

이름이 왜 산딸인가 했더니,

나무 열매가 산딸기랑 비슷하다고.

산딸나무

산딸나무를 지나, 홍대 클럽 명월관이 떠오르는

워커힐 명월관 고깃집을 지나

철쭉이 마치 장난감처럼 다듬어진 길을 지나

호텔 입구에 이른다.

워커힐 더블유 호텔 초입

문득 옛날 생각이 다.

십 대때 부모님이 자주 데려가주신 수영장과

이십 대 말 일 때문에 촬영하러 자주 찾던 골 연습장이 올라

그 길로 기억을 더듬어 가보기로 했다.

워커힐 화장실에 들르러 길을 지나는데

한강 물비늘이 눈이 부셔 잠시 영상도 찍었다.

0418 물비늘

워커힐 입구는 볼 때마다 외계 접선지 같다.

예전에 도요타 신차 출시 행사를 보러 온 적이 있는데

매끈한 차의 곡선이 전시품 같고 프레젠이션이

짤막한 공연 같았는데 호텔 입구 역시

아방가르드한 퍼포먼스 무대장치 같단 생각이 들었다.

자기 중심적 상상이다.

건축 디자인 콘셉트가 궁금해서 나중에 찾아보자 하고

그냥 걸었다.

우주기지 또는 외계 접선물체 같은 호텔 입구

팔구십년대에 워커힐 뒤편에 야외 수영장에 오면

가만히 튜브 타고 있어도 수영레일이 회전해서

흥미진진해 하곤 했다. 어린이 시절 가고

가지 않았는데 이후 종종 댄스가수들

여름 야외 공연 장소로 쓰여 지금도 있나 궁금했다.

뭔가 궁금해서 걷다 보니 점점 더 궁금해졌다.

리버파크 안내바닥
테니스장 앞 이용 안내판


수영장이 있었다. 가는 길엔 말발굽으로 데코레이션 된

경마장 관련 공단 시설이 있었고

지나치니 오른편에 수영 시설이 시작됐다.

그 앞에는 오전 테니스를 즐기는 가족들이 있었고

나는 홀로 수영장을 염탐(?)하고자

닫힌 문 사이로 야외 풀장 시설을 보았는데!

어린 시절 초등학교 운동장 정글짐처럼

기억보다 너무 좁은 것이다.

저 안에서 빙글빙글 돌았다고!

설마, 다른 곳 아닐까?

내 기억엔 크고 길고 웅장했는데

그냥 그저 그런 평범한 야외 풀장이었다.

적잖히 실망했으나

늘 그렇듯 기억은 과장되기 마련이라는 생각으로

좀 더 걸으니

매표소 앞에

경구가 떡하니, 나를 부추긴다.

급히 흐르는 시간을 거슬러 의지대로 방문한

산책지에 응원구를 하나 툭 던져준다.

리버파크 매표소

공사 중이라 막힌 길의 끝에서

카르페 디엠을 안고서

다른 곳은 재쳐두고

그냥 다시 내려갔다.

광장동에서 한강을 끼고 걷고도 싶었

주말 오전 여정은 이 정도로 무리하지 말잔 생각에,

몇 프로를 남겨두고 차로를 따라 내려 왔다.


그리고 무용 공연을 처음 보고 반했던

광나루 시립청소년 센터 도서관 앞에서

1만 5천 보로 브런치 마무리.

곰곰이 기억이 자라는 추이에 대해

그때 춤을 떠올리며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발길이 닿는 조금 가까운 <동네 한 바퀴>

다음 주말 새벽에는 이 지점부터 또 걸어보아야겠다.


오늘의 산책 코스 아차산 비지엠. 윤종신 동네 한 바퀴.

산책의 마무리 경구.

카르페 디엠. 현재을 즐겨라

모든 것은 때가 있기 마련이다.

광장동 대로변 스벅카페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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