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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리 May 08. 2022

1. 프롤로그: 경험해봐야 알거든

떠돌이 직장인으로 살면서 배운 것들. 상상력이 부족해서 경험을 해야 해요

"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할게. 대학원에 가고 공부를 오래 하려면 조건이 있어. 앞으로 최소 5 - 7년은 더 부모님이 경제적 지원을 해주셔야 하는데 가능한 상황이니? "


졸업 전 교수님과 마지막 면담을 하던 날, 교수님은 내가 공부를 더 해도 좋겠다는 말을 가볍게 던진 후 곧 현실적인 질문을 하셨고 내가 대답을 하는 데는 3초도 걸리지 않았다.

" 아니요.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


그 후에 교수님은 왜 경제적 지원이 중요한지 몇 가지 예시를 들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아마도 나는 짧은 대답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공부에 관심이 많았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냥 학생 신분을 벗어나는 게 싫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고민부터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낯선 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와 같은 두려움이 주된 원인이었다.  




그 두려움을 누르기 위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면서 미래의 내게 몇 가지 약속을 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노트에 꾹꾹 눌러쓴 약속들. 


그중 하나는 3년만 일하고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만약 누군가 내게 무엇을 전공할 것이냐고 물었다면, 두루뭉술하기 짝이 없는 대답을 던졌을 것이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3년 동안 회사에서 일하고 나면 뭔가 깊게 배우고 싶은 게 생기지 않겠냐는 것이 당시 나의 논리였다. 3년 후의 내게 공을 던졌다. 



3년이 지났다.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 몰랐는데 그날이 왔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겪어보기 전에는 몰랐던 일이었다. 

나는 여전히 햇병아리였고 당장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더 앞을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또 일을 했다. 


그러다 잠시 멈춰서 보니 바레인, 튀니지, 남아프리카 공화국, 모리셔스, 마다가스카르, 리유니언, 말레이시아 등의 입출국 도장과 워킹 비자와 추가 사증으로 두꺼워진 여권을 쥐고 있었다. 

약 7년이 마치 찰나의 순간처럼 지나갔다. 마침내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었고 사표를 냈다. 


앞으로 소개할 이야기는 내가 했던 일이나 외국 생활의 팁 혹은 퇴사 후의 장미 빛 인생이 펼쳐지는 내용은 아니다. 경험하기 전에는 도무지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사람의 얕은 기록이자 서른이 한참 넘도록 사춘기를 경험하고 있는, 그러나 조금씩 변하고 있는 소중한 시기의 이야기를 조금 풀어보려고 한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 

맞다. 나는 해외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 내 인생이 특별하게 변할 줄 알았다. 

맞다. 회사원의 생활은 발 디딘 나라와 상관없이 즐거움과 괴로움이 공존하는 것이었다. 



아, 정정하자. 
비단 그것이 회사원이라 그런 것일까? 아니다.
계속 경험하고 배우고 깨닫고 좌절하고 성장하고 후회하고 잊고 다시 알아차리고…….  
우리네 삶이 그런 것이겠지.  


아, 나는 이 모든 걸 직접 겪어 보기 전에는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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