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하 Oct 23. 2022

워라밸충 대기업 회사원이 왜 퇴사를 결심했나

현재 위치에 대한 의구심이 든 순간. 

나는 입사한 순간부터 늘 워라밸을 챙기고 칼퇴근하는 회사원이었다. 일 8시간 - 주40시간 근무를 초과한 적이 거의 없었다. 이런 내가 왜 한달도 안돼서 급작스럽게 퇴사를 결정하게 됐을까.


'성장' 때문이다.




AI 전공으로 석사를 졸업하고 LG의 한 계열사에 입사한지 올해로 4년차다. 우리 회사는 편했다. 서울에 위치해있고 팀원들은 모두 칼퇴근을 했다. 유연근무제 덕분에 5시, 4시 각자 마음대로 퇴근을 했다.




나는 입사할 당시부터 이 회사에서 승승장구할 생각이 없었다. 대신 워라밸을 챙겨서 퇴근한 후에 재테크를 하고 부업이나 사업을 해서 돈 벌 궁리를 했다. 그래서 내게 워라밸과 칼퇴근은 필수였다. 회사에서는 남들하는 만큼만 일하고, 퇴근하고 나서 더 열심히 살았다. 글을 쓰고, 블로그를 하고, 유튜브를 하고, 평일에 블록체인 수업을 듣고, 코딩 공부를 하고. 


올해 1월부터는 미라클 모닝을 하면서 아침 운동을 하고 출근을 했다. 부쩍 에너지가 넘쳤다. 주말에는 혼자 공부하기가 어려워 소모임에 가입해서 자율스터디에 참여하면서 의지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3주 전, 매일 성취감을 느끼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겠다 라는 마음이 점점 더 확고해지는 순간. 아래 물음들과 함께 퇴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잠식했다.


- 3년 넘게 회사에서 일하면서 쌓은 내 실력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나?

- 학벌이랑 성적 같은 겉치레들 다 떼고 실력만으로 5년 뒤에 이 분야에서 내 경쟁력이 있을까?

- 석사 갓 졸업했을 때보다 의지도 실력도 퇴보한 거 아냐?

- 자기계발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한 분야에 하루를 온전히 쏟는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


내가 퇴사를 결정한 이유는 바로 '성장' 때문이다. 위 질문들에 스스로 답을 해보니 두려웠다. 더이상 여기에 머무를 수 없었다. 


퇴근 후와 주말을 활용해 열심히 살긴 했으나 지금의 내 하찮은 실력이 3년 간의 실패를 증명해줬다. 대기업이 주는 연봉과 다양한 복지 혜택 때문에 줄곧 안일한 회사생활 + 퇴근 후 자기계발 포지션을 유지해왔던 거다. 다행스럽게도 성장에 대한 갈망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내 나이는 34살이고 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질문들이 떠오르고 퇴사결정은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퇴사 후 목적지는 '스타트업'이다. 

내 인생의 여러 갈림길 중 가장 큰 도전이 아닐까 싶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