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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하 Nov 06. 2022

퇴사를 부모님께 숨긴 이유

부모님에 대한 걱정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걱정

아들이 대기업을 퇴사하고 스타트업을 간다고 하면 잠을 못 이루시지는 않을까. 나를 걱정하는 부모님을 오히려 내가 걱정했다.



2019년에 대기업에 입사했을 당시, 나는 회사에서 쌓아갈 커리어에 대해 큰 욕심이나 열정이 없었다. 20대 때 내 모토가 "노력에 따르는 운을 믿어라"였을만큼 나는 열정적이고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신입사원때부터 열정이 없었던 걸까.


떠올려보면 오래 다닐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1,2년 안에 이직할 거라고 생각했었고

동일한 회사에 이직 시도를 두 번 했으나 최종 면접에서 두 번 다 떨어졌다. 그러다가 2021년 말부터 내 개발자로서의 실력에 대한 의구심과 성장에 대한 갈망이 점점 커졌다.



결국 2022년 5월 19일을 마지막으로 퇴사를 하고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4월에 이직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뒤 이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스타트업 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스스로 고민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퇴직절차를 밟는데까지 한달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님께는 이직 사실을 비밀로 했다. 아들이 대기업을 퇴사하고 스타트업을 간다고 하면 블록체인 기술을 사기라고 생각하시지는 않을까. 잠을 못 이루시지는 않을까. 나를 걱정하는 부모님을 오히려 내가 걱정했다.


회사가 강남으로 옮겨져서 이직 후에 집도 강남으로 이사를 하였다. 이직, 이사와 관련된 모든 일들을 부모님과, 부모님과 함께 사는 작은 누나에게 숨겼다. 그러다보니 작은 거짓말들을 하게 됐다. 그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가 생겨 작은 누나에게 내 이직 사실을 알려야 했다. 이제 부모님께 말씀드려도 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스타트업 입사 후 초반에 불안했던 마음들이 내가 잘하고 있다는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사 후 3달이 지나서야 부모님과 누나와 넷이 저녁 식사를 하면서 말씀을 드렸다. 성장을 위해 스타트업에 왔고 나름대로 잘 적응했다. 사람들도 좋고 배우는게 많다. 연봉이나 복지는 대기업에 비해 못하지만

실력을 키우면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누나도 30대 때는 모든 일을 다 도전해볼 시기라며 거들었다. 부모님의 반응이 궁금했다.




부모님의 반응은 내 걱정과는 반대로 매우 긍정적이셨다. 두 분 다 내가 가는 길을 응원하시겠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신기하게도 블록체인 개념을 조금 알고 계셨고 기존 웹서비스와 내 스타트업의 차이에 대해 여쭤보셨다. 어머니도 아들이 원하는 바라면 무조건 오케이라고. 별 것도 아닌 일을 혼자서 너무 걱정했던 것 같다. 맞아. 부모님은 늘 나를 응원해주셨다. 내가 부모님이 걱정할거라고 생각했던 건 사실 스스로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아니었을까.


학창시절 성적이 늘 중위권에 머물렀을 때

대학 입학 후 전과를 한다고 했을 때

군대 다녀와서 편입을 한다고 했을 때

유학 준비를 위해 1년 휴학한다고 했을 때

1년 더 휴학하고 삶에 여유를 갖고 싶다고 했을 때

대학원에 간다고 했을 때

이직을 한다고 했을 때


결정적인 순간마다 부모님은 나를 믿고 지원해주셨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말하고 나니 속이 너어무 후련했다. 부모님의 응원을 받으니 큰 힘이 되었다. 앞으로 더 더 잘 풀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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