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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하 Oct 30. 2022

대표가 일요일에 출근할 수 있냐고 물었다

무작정 야근이 싫었던 나의 신입사원 시절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자정이 넘은 시간, 부재중 전화 한 통이 와있었다. 대표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바로 전화를 하려고 했으나 너무 늦은 시간 같아 메신저를 켰다. 어떤 일로 전화하셨냐고 메시지를 남겼는데 대표의 답장은 토요일 저녁쯤에 왔다.


사업 방향 관련해서 급하게 피드백을 받고 싶어 전화를 했다고. 혹시 일요일 오후 3시에 화상 미팅이나 회사로 나와 미팅을 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래 이게 스타트업이지...' 라고 생각하고 흔쾌히 회사로 가겠다고 답했다.


이전 대기업에 있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입사 두 달도 안 된 신입사원 시절, 2주 동안 직무 교육을 받고 와야 했다. 팀장님은 팀원들 다 같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내게 "신입사원이니까 교육도 열심히 들어야지. 업무 시간에는 공부하기 힘들 테니까 야근해서 공부도 하고 그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 그냥 대충 "아 네 집 가서 좀 보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대충 넘겨도 됐으련만 워라밸에 빠져있던 나는 "아 저는 신입사원이라 야근은 안 할 겁니다." 라고 할 말은 기어코 하는 아주 당돌한 신입사원이었다.




그 이후로도 늘 칼퇴근을 했고, 유연근무제도 마음대로 적용하면서 회사를 다녔다. 이직한 스타트업에서는 대표가 야근이나 주말 출근을 하자고 하면 기꺼이 하게 된다. 심지어 수당이나 어떤 복지도 없다. 이전 회사에서는 야근을 하면 식대, 교통비와 근무수당이 나왔는데도 말이다. 그때는 야근이 "감정적으로" 하기 싫었다. 야근을 하기 싫었던 이유는 두 가지 '부재' 다.




1. 팀장과의 소통 부재


3년 넘게 팀장님과 함께 지내본 결과, 팀장님이 야근 권유를 한 건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 20년 넘는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미리 공부를 하고 가야 배우는 것도 많고 교육에서 상도 탈 수 있으니 내게 조언을 해준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팀장님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나에게 조언을 해준다기보다 야근으로 날 괴롭히려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나는 객관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인 사람이다.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 사람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니 좋은 감정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무작정 야근하라고 하니까 나도 무작정 하기 싫은 청개구리가 되어있었다.


2. 야근의 필요성 부재


그 당시에는 그냥저냥 일하는 회사원이 되고 싶었다. 회사에 조금 더 오래 있는다고 내 아웃풋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딱 주어진 시간만 일해서 잘하면 좋지만 못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마인드였으니까. 성장에 대한 욕심이 없었고 그러니 야근은 말 그대로 '불필요한 일'이었다.




야근에 대한 편견은 스타트업에 오고 나서 완전히 바뀌었다. 대표 혼자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고 프로젝트에 얼마나 헌신하는지 알기 때문에 대표와 팀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겼다. 그리고 한시라도 빨리 세상에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야 하는 스타트업 상황 상 야근은 '필요한 일'이 되었다.


내가 퇴사를 하고 이전 팀에 신입사원들이 여러 명 들어왔다고 한다. 그 신입사원들은 야근도 하고 일도 열심히 한다고 전해 들었다. 나도 그런 신입사원들과 같이 일했으면 분위기에 휩쓸려 야근을 했을까. 아니면 그때도 칼퇴근을 하고 버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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