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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하 Oct 24. 2022

연봉 반토막, 복지는 사라진. 블록체인 스타트업 이직

회사에 똑똑하고 일 잘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열정적인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출난 사람은 열정적이지 않아도 남들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



6년차 AI 개발자였던 내가 

블록체인 스타트업 이직을 결심한 건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도전이 아닐까 싶다. 원대한 목표를 향해 열정을 갖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 내가 퇴사를 한 이유이자 블록체인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결심한 이유였다.

20대를 되돌아봤을 때, 나는 누구보다 주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었다.





군생활 중 카이스트에 다니던 선임의 추천으로 한자 자격증 열풍이 불었다. 한자 자격증을 따면 취업할 때나 자격증 공부할 때 유용하게 쓰일거라고. 일리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준비를 했고 시험에 응시하고 합격한 건 나 혼자였다. 


전역 후 복학하려는 시기에 아는 선배를 만났다. 선배로부터 편입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공학수학 물리 화학만 잘 준비하면 된다고 했다. 수학 물리 화학을 열심히 공부해서 기본도 다지고 편입까지하면 1석2조의 기회라고 느꼈다. 편입준비를 위해 복학을 취소하고 휴학을 했다. 


편입하고는 미국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나는 선배들이 있었고 나도 유학 준비를 했다. 영어의 벽을 넘지 못하고 1개월만에 유학을 포기했지만 여전히 공부에 큰 흥미를 느꼈고 카이스트에 석사로 입학했다. 석사 때도 열심히 했으나 스스로 만족할만큼 성공적이진 못했다. 그리고 회사에 입사했다.




회사에 똑똑하고 일 잘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열정적인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출난 사람은 열정적이지 않아도 남들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 나는 이런 환경에서 특출나지 않음에도 남들 만큼만 일했다. 팀장님이 업무 성과나 속도에 대해 질책을 해도 야근을 하지는 않았다. 왜냐면 동료들도 비슷한 이유로 혼났고 '우리 문제가 아니라 팀장님이 너무 빡세다, 깐깐하다' 이런 식으로 뒷얘기를 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 같이 칼퇴근을 했다.

매주 월요일, 목요일 팀 회의를 하는데 그 날은 팀장님한테 혼나는 날이다. 그래서 회의 전에는 평소보다 일을 열심히 한다. 운이 좋거나 목표를 채운 날에는 안 혼난다. 혼나든 안 혼나든 월급은 따박따박 들어오고 똑같이 복지도 누릴 수 있다. 이게 대기업의 장점인가? 그렇게 3년 넘게 같은 루틴이 반복됐고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내가 되었다.

문득 현재, 5년 뒤, 10년 뒤 개발자로서의 내 경쟁력을 그려본 순간 더 이상 이 회사에 있을 수 없었다. 작년에 연봉이 15% 올랐고 올해는 8% 올랐다. 대기업 치고는 이례적인 경우였다. 하지만 연봉이 얼마든 워라밸이 어떻든 상관 없었다. 내가 원하는, 나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 떠나야했다. 재밌고 원대한 목표를 향해 열정을 갖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블록체인 스타트업 대표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다니던 회사보다 더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동안 공부하고 일했던 분야와는 다른, 새로운 분야의 일을 시작해야하는 위험. 연봉도 절반 가까이 깎이는 위험. 대기업에서 누렸던 거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없는 복지. 5인도 안 되는 초기 스타트업이라 길면 6개월 짧으면 3개월안에 짤릴 수 있는 계약직으로 입사하는 위험. 짤리면 다시 AI 쪽 대기업에 입사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위험. 


이런 위험들이 있지만 주저하기 싫었다.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1년 뒤, 3년 뒤는 결정이 더 어려울 건 확실했다. 그렇게 나는 팀 동료들에게 퇴사를 알리고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게 되었다.



이제 스타트업에 온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아직도 개발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고 배워야할 부분이 많지만 나는 느낀다.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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