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보다는 감사를, 선물보다는 마음을
여러분은 생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SNS를 보면 ‘생일주간’, ‘끝나지 않는 생일’, ‘내 생일은 한 달’ 같은 게시물을 올리며 자신의 생일을 마치 국가 공휴일처럼 기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모습을 비판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나와 ‘생일’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고 생각할 뿐이다.
뜬금없이 생일에 대해 글을 쓰는 이유는, 이번 주가 내 생일이라 미리 써둔 글을 수정하면서 겸사겸사 현재의 생일관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나에게 생일은 단순히 ‘태어난 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생일파티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특별히 바란 적도 없다. 물론 친구들이나 연인의 생일은 기념해 주려고 하지만, 정작 내 생일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개인적으로 생일은 ‘엄마가 나를 낳느라 고생한 날’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게 다가오는 편이다. 그래서 내 생일은 그저 "엄마 뱃속에서 나온 날" 그 자체로만 느낀다.
그래서 생일은 나를 낳아주신 엄마에게 감사하는 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마치 내가 매년 생일마다 엄마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조촐하게 보내온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이런 생각이 자리 잡은 것은 20대 중반 이후이다. 그전에도 생일을 크게 의미 부여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글로 정리할 만큼의 견해를 가지진 않았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일파티를 열고 서로 축하하는 분위기를 접하다 보니, ‘생일’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생일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생일선물이 ‘빚’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SNS에서 생일선물을 자랑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혹시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선물을 많이 받지 못해서 ‘부러워서’ 그런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부러운 마음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선물을 받으면 결국 나도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돌려줘야 한다’는 부담이 먼저 든다. 그래서 생일을 축하한다는 본질보다는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계산적 행위로 느껴진다. 이러한 생각이 결국 서로의 생일선물은 일종의 빚이거나, 내 돈으로 돌려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생일을 챙겨줄 수는 있지만, 나는 안 받고 안 주자는 마인드"라고 말하곤 한다.
또한 서로 생일선물을 주고받다 보면 각자의 경제 상황에 맞춰 선물을 준비하게 된다. 그런데 상대방의 형편까지 고려하며 선물을 주고받는다면, 이게 진정한 선물인지 아니면 미래의 내 생일을 대비한 일종의 투자인지 의문이 든다. 선물은 순수한 마음에서 나와야 하는데, "전에 내가 이만큼 받았으니 이번에도 그에 맞게, 아니면 그 이상으로 주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계산이 들어가는 순간 선물의 의미가 훼손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개인적인 취향을 넘어 사회적 문화로 자리 잡은 듯하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생일이면 친구들과 가족에게 축하받고, 케이크를 불며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에는 반 친구들에게 생일을 축하받고, 직장에서는 동료들이 작은 이벤트를 준비해 주기도 한다. 심지어 카카오톡에서 생일인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지인들과도 생일 축하겸 안부 인사도 나눌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누군가에게 생일은 1년에 단 하루뿐인 특별한 날일 수 있고,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방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생일은 축하받는 날이기도 하지만, 나를 존재하게 해준 부모님께 감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일을 둘러싼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도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생일을 챙기는 문화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다 보니, 생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마치 사회적 분위기를 거스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생일인데 뭐 하고 싶어?” “생일 선물 뭐 갖고 싶어?” 같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솔직하게 “별로 신경 안 써”라고 대답하지만, 상대방은 종종 당황스러워하기도 한다.
선물 문화가 잘 정착된 사람들에게는 내 감정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선물이 순수한 호의보다는 일종의 사회적 기대나 의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느낀다. 상대방이 해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 선물은 더 이상 기쁨이 아닌 계산적인 행위가 되어버린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일을 챙기는 문화를 없애자는 건 아니다. 다만,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불편한 사람도 있다는 점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이 생일을 특별하게 여기고, 성대하게 기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에게 생일은 축하받아야 하는 날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조용히 지나가는 평범한 하루 중 일부일 수도 있다.
나는 생일을 굳이 기념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축하해 주면 감사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생일을 꼭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없다. 만약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다면, 생일을 그저 조용히 보내는 편을 더 선호할 것이다.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의미를 찾는 것이 나 같은 사람에게는 더 의미 있을 수도 있다.
결국, 생일은 각자의 방식으로 기념하면 되는 날이다. 성대하게 축하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조용히 보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생일을 대하는 태도가 각기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존중해야 한다. 나는 내 방식대로 생일을 보내고 싶을 뿐, 생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방식을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모든 사람이 생일을 특별한 날로 여기고, 기념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이해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