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로

2026년 1월 19일 월요일 아침

by 상구

한동안 어수선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사는 큰 결심이 된다. 1톤 트럭 하나에 짐을 모두 싣고도 남던 때에는 수월했다. 짐이 많다고 투덜거리는 기사 아저씨 앞에서 풀 죽어있지 말걸 그랬다. 그렇게까지 죄지은 표정일 필요는 없었다. 어쨌거나 1톤 안짝의 사정이었는 걸. 톤의 단위로 숫자가 더해져 갈 때, 돈이고 시간이고 피곤이고 다 더해졌다. 지니고 사는 짐에 대한 애착은 늘고 관성과 습관도 비대해져, 남에게 정리를 맡기느니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해버리겠다 하는 오만도 더해졌다.


그래서 나는 이사를 하면 정리 작업만은 꼭 내가 한다. 이러한 유형의 이사를 사회는 반포장 이사라고 부른다. 겪어보면 애매하기 짝이 없는 이사다. 분명히 나는 새 집에 왔는데, 물건이 지저분하게 널브러져 발 디딜 틈이 없다. 종아리와 발등이 짐에 부딪혀 살이 까지고 멍이 드는데 밴드와 파스를 찾을 수 없다. 낙심이 최선인 밤을 여럿 보내야 한다. 잔짐과의 부대낌이 끝나면 비로소 이사도 끝이 난다. 그럼 이사는 하루로 끝나는 일이 아니게 된다. 일주일간의 옮김과 정리다.


집이 지저분하면 나는 지저분하게 산다. 싱크대에서 로션을 바르고 뚜껑도 닫지 않은 병을 부엌에 그대로 두었다. 먼지 쌓인 컴퓨터와 책과 종이들이 싫어서 일기를 쓰지 않았다. 설거지통에 쌓인, 정리해야 할 그릇과 컨테이너 박스들을 등지고서 햄버거를 먹었다. 햄버거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음이 햄버거를 먹는 유일한 이유였다. 거듭 재채기를 했다. 공기청정기는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들고 유리창이 깨진 차가 어쩌고 하는 말이 머릿속에 여러 번 스쳐갔다. 그때 나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집구석에서 발에 치이는 물건이 없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쌓인 짐을 풀어 분류를 하고 자리를 찾아주는 일은 재미가 있다가도 없다. 아득한 막막함, 막막한 아득함이 찾아오면 침대로 도망을 갔다. 게으른 시간을 제법 보내고 나면 그제서야 자기혐오를 동력으로 다시 일어난다. 이 짓거리를 반복하면 이사가 끝난다.



'일상'은 깨끗한 집에서 시작된다. 먹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비워낸 냉장고에 새 계란과 김치가 채워졌을 때 내 정신도 돌아왔다. '일상'을 살고자 하는 마음이 돌아왔다. 오늘은 새 집에서 보내는 첫 '일상'이고, 첫 일반적인 아침이다. 하루 계획표를 적고 노트북을 열어 아침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비로소 속 깊숙한 데서 고인 숨이 올라왔다. 후우움 뱉어내니 머리는 맑다. 복귀, 회귀. 다음 이사는 이번 이사와 같지 않았으면, 생각한다. 쓰지 않는 물건, 효용을 다한 잡물이나 도통 꺼내보지를 않는 살림은 천천히 비워보겠단 다짐도 해본다.


새로운 집에서 옛 집에서의 움직임을 한다. 커피와 아침밥이 달다. 익숙한 것들이 결국 가장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