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요기니.

요가를 이해하다

by 상구


매일 아침 요가를 한다. 시작의 계기는 거창하지 않았다. 내게는 여유, 그리고 하루키의 말을 빌리자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한 철저한 자기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래서 나의 아침 요가와 명상은 시작되었다. 확실히 상쾌하고 그래서 작게나마 행복한 아침을 위하여.


알람이 울리면 잠에서 깨어 몸을 굴려 매트 위로 눕는다. 내 요가 시퀀스는 일단 매트에 일단 누워보는 것으로 시작한다(그래서 방에는 24시간 내내 요가 매트가 깔려있다). 요가를 시작할 마음이 들면 아이패드를 켜서 눈 앞에 세워두고, 요가소년(사랑합니다)의 유튜브 채널을 켠다. 아침 요가 재생목록을 눌러 오늘의 요가를 고른다. 나는 하나하나 퀘스트를 깨듯 재생목록의 상단 동영상부터 요가를 따라 하고 있으니, 사실 오늘의 요가를 고른다기보다는 이미 주어진 오늘의 요가 숙제를 완수하는 것에 가깝다. 근데 가끔은 이게 억울할 때가 많다.


억울한 이유는, 요가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젠틀 요가, 스트레칭 요가 등 웬만한 요가 프로그램은 두 팔 벌려 환영이지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빈야사 요가' 즉 유산소 운동 요가다. 단순한 일련의 동작을 무한(사실 3-5번 반복으로 유한하지만) 반복하는 요가인데, 보기에는 별 것 아니겠다 싶어도 수련을 끝내고 나면 이마에서 땀이 주룩주룩 흐른다. 아침 댓바람부터, 일어난 지 10분도 되지 않아 땀을 흘리는 일은 꽤나 곤혹스럽다. 그래서 사실 나만의 비밀이지만 빈야사 요가가 내키지 않는 날은 다른 요가 동영상을 틀어버린 적도 많다. 하지만 빈야사 요가 이후에 하는 차가운 물 샤워는 꽤 중독적이란 사실은 인정한다.


내게 가장 유혹적인 요가 재생목록은 '10분 요가'이다. 웬만하면 누르지 않으려 노력 중인데, 요가 때문에 눈을 뜨기가 싫을 정도로 아침 요가가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날에는 '내가 졌다'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10분 요가' 목록을 누른다. 그럼 딱 10분간 요가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10분 요가를 한 날의 아침은 꽤나 찝찝하고 또 속상하기까지 하단 것이다.


사실 요가를 함에 있어서 시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요즘의 내 깨달음이다. 40분 요가도 10분과 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40분짜리 동영상이라고 40분 내내 힘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0분 동안 몸을 풀고, 15분 동안 땀을 흘리고, 또 다른 10분 동안 가빠진 숨을 가다듬으며 자세를 취하는데 집중하고, 5분 동안 사바아사나, 누워서 하는 짧은 명상으로 40분가량의 동영상이 끝난다면 결국 힘든 순간은 고작 15분뿐이다. 반면 10분 요가의 경우는 좀 쉬어보려고 틀었던 것이 무색하도록 힘들게 10분이 꽉 채워지는 경우가 많고, 좋아하는 사바아사나 시간 없이 시시하게 끝나곤 한다. 그럼 이게 내가 아침에 요가를 하긴 한 건지 싶을 정도로 평화롭지도 상쾌하지도 않다.


아침의 빈야사 요가는 잔인하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어쨌거나 요가는 수련이다. 몸을 비틀고 상식적이지 않은 자세를 취하면서, 몸이 거세게 흔들리는 것을 버티면서 걱정은 훌훌 날아가고 굳센 심지만 남는다. 나는 5주차 요기니, 아직 깨달아가야 할 것이 많다. 이 글은 매일 1시간 이하의 요가 수련을 하는 초보 요기니의 작은 투정이다. 나는 요즘 요가를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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