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북 그 아홉번째 이야기
아침마다 요가를 한다. 일어나면 몸을 굴려 침대 바로 옆에 있는 요가매트로 떨어진다. 아이패드를 열어 가장 좋아하는 요가 유튜버의 영상을 재생한다. 그렇게 내 하루가 시작된다. 요가와 함께.
누군가가 내게 물었다. 요가도 운동인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운동을 하는 것이 힘겹지 않냐고. 맞다. 꽤 힘들다. 나는 매일 아침 나 자신과 싸운다. 눈을 뜨면 '아 오늘 요가를 쉬어야하나' 생각하고 요가매트에 간신이 올라서면 '오늘 요가는 짧은 영상으로 골라볼까' 생각하며, 요가를 하는 도중에는 '아 여기서 그만 할까' 고민한다.
요가를 함에 있어서 내게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어려운 동작을 성공했을 때도, 불편했던 동작이 어느 순간 편하고 수월해졌을 때도, 잘하는 동작을 수행할 때도 아니다. 가만히 누워 숨을 고르는 동작인 사바아사나를 할 때 가장 좋다. 주로 요가 시퀀스의 맨 마지막 동작인데, 그래서 더 좋다. 이쯤되면 다들 알겠지만, 나는 요가를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버틴다'는 말이 맞다. 이 악물고 요가 시간을 버틴다.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매일 아침 요가를 하는 사람이라면 응당 요가를 하며 성장하는 스스로를 보고 뿌듯해하며 요가 동작을 수행하는 것에 행복을 느껴야 할 것만 같은데. 나의 모습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삶은 매 순간이 고행이다' 생각하며 아무 생각 없이 자세를 취하고, 눕는 자세에 들어서야 비로소 행복하다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런 물음도 있을 수 있겠다.
'아니 그렇게 싫어할거면서 왜 매일 요가를 하는거야?'
나는 요가를 시작하고 또 수행하는 동안 꽤나 괴롭지만, 요가가 끝난 뒤에는 나의 '지금'을 선명하게 느낀다. 현재에 사는 기분을 느끼게 해서 요가를 한다. 아침의 공기와 아침만이 주는 여유, 찬란함과 고요함을 지각하기 위해 매일 아침을 버틴다. 현재를 지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차분해진다. 요가로 시작하는 아침은 그래서 요가로 시작하지 않는 아침과 꽤 다르다. 허덕임이 덜하고 여유가 가득하다.
요가는 매번 뒤를 돌아보며 괴로워하는 내게 제발 앞을 보라고 말하는 운동이다. 나는 요가를 버티고, 요가로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