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dy R Feb 04. 2017

겨울과 이별

겨울에 헤어지세요.

겨울은 차갑다. 모든 것이 얼어붙는다. 때로는 상처받기 쉬운 여린 마음까지도 가차 없이 얼어붙게 만드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이 계절의 힘이다. 외로움.. 쓸쓸함.. 고독.. 같은 우울한 단어들과도 제법 잘 어울린다.


하지만 겨울은 반전의 매력도 가지고 있다. 깨끗함. 반듯함. 투명함. 그리고 하얗게 눈 덮인 도시는 몸으로 스며드는 차디찬 기운과는 반대로 따뜻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모습까지...


겨울은 헤어지기 좋은 계절이다. 몇 번의 이별을 겪고 나서야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 따위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부터 생각하는 것이지만 여름에 헤어짐은 최악이다. 여름에 헤어지는 것이야 말로 처참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추하다. 적절치 못하다. 안된다. 절대 여름에는...


여름에 헤어지면 견디기 힘든 더위에 늘 인상을 쓰고 있어야 하고 불쾌지수 높은 습도의 후덥지근과 남녀노소 할 것 없는 시큼한 땀냄새들이 짙게 베인 상태로 어떠한 공간과 시간이라고 한들 헤어짐이 온당할 수 있겠는가.


생각만 해도 다리가 250개쯤 달린 송충이보다 10센티쯤 더 기다란 벌레가 옷 속으로 들어가 온몸을 기어 다니듯 소름이 끼친다. 벌레에 대해서 조금 더 디테일한 표현을 하고 싶지만 벌레가 주목받는 것은 싫다. 그렇다는 얘기다. 연인들이여, 여름에는 절대로 이별하지마오.


그에 비해 겨울은 어떠한가 차갑다 못해 시릴정도로 냉정하다. 그 어떤 것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정리가 되어 차분하기 그지없다. 어설픈 변명이나 거짓말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절절한 눈물도 이미 돌아서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꼬질꼬질한 구차함이 사라진다. 굳이 구차하게 구차함을 부려보기야 하겠지만 무엇도, 그 어떤 누구도 냉랭할 뿐이다.


이렇게 겨울은 이별하기 좋은 계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디자인 TO 디자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