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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R Sep 13. 2017

여전히 거기에 있나요?

안부-2

K상, 안부인사가 너무 늦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시간의 흐름을 둔하게 느끼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K상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는데도 이렇게 자꾸 흔적을 남기는 것이 옳은 일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자연스럽고 친근한 느낌이 들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안부를 묻습니다.


그동안 저에게는 큰 사건? 이 있었습니다. 작년 7월에 딸아이가 태어난 일입니다. 딸아이가 태어나자 제 삶의 패턴은 모조리 바뀌었습니다. 매일매일 퇴근하고 집으로 곧장 귀가하게 되었고 늘 목욕만큼은 제가 시켜주고 딸아이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있는 날도 별로 없고 좋아하는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기도 힘들지만 과거 그 어떤 시절보다도 행복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딸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돌이 된 올해 7월에는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었습니다. 대책은 없지만 이쁘게 커가는 딸아이를 맞벌이 부부인 저희 사정 때문에 하루에 10시간씩 어린이집에 맞긴다는 일을 생각하면 도저히 아무렇지도 않게 회사를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매일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잠깐씩만 데려다주고 일찌감치 데려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회사를 다닐 때보다 훨씬 더 정신없고 바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아내에게 집안일도 제가 다 하겠다고 선언을 한터라 매일 익숙하지 않은 집안일에 치이면서 익숙해지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더군요. 주부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K상, 저는 아직도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제대로 살아가는 것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과연 인생에 정답이 있기는 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삶이, 현재가 더 소중하고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지금을 희생하면서 살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K상도 그러하길 마음속으로 빕니다. 지금도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미래의 행복을 기다리지 말고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현재의 시간들 위에서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행복하다는 소식이 들리기를 바라고 고대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또 불쑥 연락할 때까지 건강과 평온함이 늘 함께 하길 바랍니다. 그때까지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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