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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R Jan 30. 2018

블렌드(BLEND)커피

커피 블렌딩을 집에서 내마음대로 해보다. 

블렌딩이 쉬운 것도 아니지만 또 그렇게 어렵고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블렌딩의 시작은 일단 섞어 보는거 아니겠나? 그런 의미로 오늘 두 가지 커피를 집에서 내 마음대로 블렌딩을 해서 마셔보기로 했다. 나는 사람이나 들들 볶을 줄 알지 커피를 직접 볶지는 않는다. 평소에 애정하는(애정하는 곳이 너무 많다.애정 과잉이 분명한듯) 두 곳의 싱글 오리진을 따로따로 사다 마셔보다가 각자의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급 호기심이 생겼더랬다. 


하나는 케냐 가차미 AA TOP 배전도는 풀 시티에서 다크로 살짝 넘어가는 커피고 하나는 볼리비아 그레고리오 팔리 네츄럴이고 배전도는 라이트보다는 미디엄에 가깝게 보인다. 특징도 다르고 배전도도 다르게 각자 볶인 커피를 섞어서 추출하면 어떤 맛이 날까 싶어 각각 9g씻 18g을 1:1로 계량하여 갈아서 하리오 드리퍼로 추출해보았다. 


음...괜찮다. 뭐랄까 분명 두 가지를 섞었는데 각각의 특징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커피를 마시는 것 같았다. 둘 다 단맛이 나는 커피인데 단맛이 많이 느껴지지 않고 무엇보다 밸런스가 좋고 향도 차분하게 느껴졌다. 과묵하고 진중한 성격의 남자와 활기차고 발랄한 성격의 여자가 만나 아이가 태어났는데 아이답지 않고 지나치게 차분하고 단아한 느낌의 성숙한 여자 아이가 나왔달까? 


뭐 나는 맛을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주관적인 느낌이고 말도 안되는 소리겠지만 두 가지를 섞어서 추출하니 제3의 새로운 맛이 느껴진다는 게 꽤 재미가 있었다. 커피는 늘 변수와 의외성이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어쨋든 어렵지 않으니 해본적이 없는 분들은 집에서 시도해보시기를 바란다. 집에서야 아무렇게나 하면 어때 뭐라고 할 사람도 없는데, 아무튼 어떤 이유로 커피맛에 변화가 찾아오는지 블렌딩을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서라도 경험치를 쌓아 만들어내야 자신만의 시그니쳐가 되는 것은 아닐까? 


싱글 오리진과 브루잉 커피의 시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더욱 다양하고 풍성하게 커피를 즐기려면 블렌딩에서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이제 약간 비슷비슷한 산지에 비슷한 맛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새롭고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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