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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R Feb 02. 2018

도쿄 커피 시음회 후기

시부야의 둥근달(가제)

엊그제 Coffee Explorer : 커피찾는남자와 커피 읽어주는 남자와의 콜라보 시음회를 무사히 끝냈습니다. 살짝 사그라들긴 했지만 여전한 한파에도 아홉 분이나 참석해 후끈? 훈훈? 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습니다.


일본에서 가져온 총 5가지의 커피와 제가 국내에서 구입한 2종의 국내 로스팅 커피, 그리고 또 고맙게도 참석자 중 한 분이 가져오신 한 가지의 국내 로스팅 커피까지 총 8가지의 커피를 시음하였습니다. 커피를 내려서 마시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초반의 어색한 분위기는 금세 사라져 각자의 커피에 대한 경험담과 일본에 대한 생각들을 이야기하며 준비했던 3시간이 어느새 지나가버렸네요.

시음회를 위한 테이블 셋팅중

이번에 마셔본 커피들은 일본 스페셜티 업계의 중심도시인 도쿄의 특히 시부야 지역의 매장들의 커피들입니다. 되도록이면 블렌드 커피가 있으면 블렌드 커피를 가져와서 시음해보려고 하였으며 다양하게 블렌딩과 로스팅된 커피들은 충분히 흥미로웠고 제 입맛에는 잘 맞았습니다. 물론 도쿄의 몇 군데 커피를 마셔봤다고 일본의 커피를 경험해봤다고, 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그만큼 일본의 커피는 시장의 크기도 훨씬 크고 커피사업이 성장 할 수 있는 환경적인 부분도 우리보다는 잘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분위기도 우리보다 더 깊이가 있고 진지하지만 또 밝고 진취적인 느낌등 여러곳에서 다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 어디를 가도 좋은 품질의 커피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은 100% 공감할 수는 없지만(하코네 기차역에서 마신 커피가 정말 작은 잔인데도...남겼어요) 좋은 품질의 커피를 만나는게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 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도쿄에서 가져온 커피와 국내 커피들

그래서 커피 선(성?)진국답게 기본적으로 우리보다 좋은 품질의 커피(생두)를 사용할 수 환경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커피를 대하는 기준도 우리보다 높다는 것을 가져온 커피들을 마셔보면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오래 커피를 다뤄온 시간 만큼이나 커피를 다루는 기술이나 생각도 더 발전되어있고 성숙한 것이 이유일까요? 아니면 음식이나 기타 다른 분야에서 그렇듯 일본인 특유의 디테일함이 커피에서도 발현되는 것 때문일까요?  

도쿄의 핫한 수제캬라멜 '넘버슈가'

물론 우리나라도 좋은 품질의 커피를 사용해 보다 더 정직하고 다양한 가치관을 커피에 투영해 고객에게 다가가려는 곳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노력이 분명 우리의 커피시장이 발전하는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겠지요. 하지만 몇 곳의 커피만 경험했어도 내공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저 부러울 따름이지요.


처음 이런 시음회를 하기로 한 계기는 나 혼자 마시기에는 너무 많은 양의 커피를 사 와서 누군가와 나눠마시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체질적으로 심각하고 진지한 걸 싫어해서 커피를 통해 가볍고 산뜻한 마음으로 사람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 커피 시음회였지요. 물론 저는 막판에 카페인 과다 복용으로 제정신이 아니어서 산뜻하게 마무리는 못했던거 같아요.

커피찾는남자 커피 내리는 중

하지만 커피를 매개체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도 중심은 결국 사람 그 자체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느끼며 나눌 수 있게 되는 것, 다양한 커피를 통해서 자신과 타인의 취향을 발견하게 되고 또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화기애애해진 분위기의 속에서 타인이라는 이질적인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그러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그런것들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크게 뿌듯하고 즐거웠습니다. (나만 그랬으면 어떡하나...)


그러나 또 낯선 사람이 여럿 모이는 일은 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무료가 아닌 유료이기 때문에 적절한 장소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고 또 귀한 시간을 내어 오신 분들을 실망시켜드리면 안 되다는 생각에 바짝 긴장하기도 했습니다.

 

커피찾는남자 오피스의 마스코트 아지와 랑이

아무튼 당분간 해외에 나갈 일이 없기 때문에 언제 다시 이런 다른나라의 커피를 가지고 자리를 마련할지 모르지만 다양한 분들과의 만남을 위해서 어떻하든 비슷한 일을 꾸며보려고 할 것 같다는 얘기를 끝으로 시음회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신(수):함께한 분들

지난번 대만 커피 시음회 때 참석해주셨었고 다시 한번 함께해주신 만두왕님과 죠슈아 윤님(사진감사합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참석을 못해서 아쉬워 벼루(를갈)고 계시다가 진짜 와주신 어희지님, 무플방지위원회처럼 제 타임라인을 보호해주시는 하인수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시간 전 직장동료 사이였지만 앞으로 쭉 같이 갈(어딜?) 코오롱 스위트밀의 대들보 팀장 봉현 형님, 길고 긴 한화 빈스 앤 베리즈의 인연 다둥이 엄마 공혜란, 그리고 커피 읽어주는 남자 페이지에 허술한 공지를 보고 선뜻 낯선 자리에 함께 해주신 이제 막 빵 공방을 시작하셨다는 정지민 님,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못 나눠서 아쉬웠던 바둑 TV(저 바둑 30급, 초등학생한테 져요)의 윤성현님, 마지막으로 늘 저의 어리숙한 모습까지도 따뜻한 마음으로 지지해주시는 이 시대의 진정한 잡학박사 권충국 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페셜 고맙:

커피 추출과 장소 제공을 기꺼이 하락해주신 커피 찾는 남자 위국명 대표님, 맛있게 추출할 수 있도록 커피를 갈아주는 그라인더를 협찬해주신 기정 인터내셔널에 이창호 과장님. 두 분에게도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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