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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Aug 26. 2022

날개 달린 벌레.

나는 벌레다. 날개 달린 벌레.너무도 작아서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생김새는 파리 같지만 파리보다 긴 날개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돌연변이처럼 볼 수 있다. 그러나 상관없다 내가 그들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나에게는 고민이 있다.몸뚱아리보다 크고 긴 날개 때문에 제대로 걷지를 못한다. 힘겹게 걷다가 힘껏 날갯짓이라도 하다 보면 갑자기 날아오르는 순간 얼마 못 가서 바닥에 곧 곤두박질친다. 엄청 짜증 나는 순간이다. 그래도 아까보다는 좀 더 이동했다는 것만으로도 짜증 나는 것에 보상심리가 작용하여 기분은 조금 나아졌다.오늘은 내 머리 위로 커다란 물방울이 자꾸 떨어져서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나도 물을 마셔야 하니 다행이다 싶지만 몸에 한번 머리에 한번 계속 맞다 보면 방향감각조차 잃을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진다.오늘은 어디로 날아가서 하루를 보내야 하나... 그냥 무작정 날갯짓을 다시 해본다. 어이쿠..!또 땅에 떨어졌다. 날개가 있지만 쓸모없다는 생각이 자주든다.왜 적당하고도 알맞은 날개가 달려있지 않고 이렇게 거추장스럽기 그지없는 날개가 내 몸에 생겨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당분간 날아다니는 것보다 힘들어도 걸어볼 생각이다.


배가 고프다. 뭔가를 먹어야겠는데 도무지 먹을만한 게 안 보인다.얼마 전에는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냄새가 나서 부리나케 날아가서 앉으려고 했는데 죽을뻔했다. 갑자기 인간이 나타나서 두 손으로 나를 치려고 하는 바람에 간신히 피했지만 그 인간의 손끝에 스치는 바람에 몇 날 며칠을 시름시름 앓은 적이 있다. 날개와 몸뚱아리 사이에 스쳐서 날개 쪽이 엄청 아팠기 때문이다.아니 좀 주면 어디가 덧나냔 말이다. 인간한테는 내가 먹어봐야 티도 안 날 텐데 정말 치사한 인간들이란 말이야. 오늘은  조금 더 조심해서 물색을 해봐야겠어 여름철이라 모두 냉장고에 숨겨놓거나 꽁꽁 싸매어놔서 며칠 동안 물 몇 모금과 주방에서 거미들을 피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냄새나는 찌꺼기를 조금 먹은 게 전부이니 말이야.... 아무리 힘들어도 정말이지 화장실에는 가기 싫어! 거긴 정말 내가 있을만한 곳이 아니야. 어쩔 수 없이 다니다 보니 가게 되는 거지만 의도적으로 그곳을 가는 건 아니니까.

그나저나 나도 가족이 있을까? 내가 막 날갯짓을 시작할 무렵 내 주변엔 아무도 없었는데 말이야. 궁금하다 과연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이 있으면 행복한 걸까? 가끔 운이 좋아서 날개가 바람을 잘 탈 때 조금 높이 날아오를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인간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면 크게 웃기도 하고 서로 기대어 편안하고도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봤는데... 그런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느끼고 싶다. 뭐 내 주제에 그런 것이 맞겠냐마는 뭐 생각은 해볼 수 있잖아?

인간이 나를 뭐라 부르든 나도 작긴 하지만 생명체잖아? 내가 태어났으니 분명히 나에게도 인간처럼 어딘가에는 가족이 있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내가 주제넘지만 인간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어!가끔 날아다니다 보면 부러울 만큼 화목한 모습을 보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가족들도 많이 본다고. 나야 이유는 모르지만 서로 간에 말싸움부터 시작해서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고 울고불고 헤어지고...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내 입장에서 볼 때는 정말이지 인간들은 너무나 이기적인 것 같아.만족이란 것을 모르고 산다고 생각해. 나는 매일 거미도 피해야 하고 무서운 새들도 피해야 하고 인간들의 손바닥도 마찬가지고 이상한 향기에 홀려서 가다 보면 질식할 것 같은 냄새에 죽을뻔한 일들도 다반사여서 도무지 긴장감 때문에 살 수가 없는데 인간들은 뭐가 아쉽고 불만이어서 그렇게들 싸우고 난리냐구.

그러니까 살다가 힘들고 뭔가 안 맞아서 싸우게 되면 나 같은 하찮은 벌레를 보고 좀 깨달았으면 좋겠어. 내가 이 정도로 생각할 줄 아는 벌레인 걸 보면 나도 전생에는 인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해. 무엇인가 큰 죄를 지어서 이렇게 벌레로 태어나서 구차하고도 힘겹게 살아가는지도 몰라.

나는 만족하냐구?글쎄...벌레가 만족한다고 하면 얼마나 만족하겠어.단지 어차피 이렇게 태어났으니 순응하면서 사는 거지. 비록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지만 목마를 때 마시고, 고약한 찌꺼기지만 그래도 배를 채우고 있고, 매번 고꾸라지지만 그래도 날고 싶을 때 날아다니잖아?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몇 시간 뒤 며칠 뒤를 모르는 운명이지만 적어도 난 싸우지는 않아. 본능에 충실할 뿐이지. 그러니 인간들아... 제발 행복한 줄 알고 감사하게 살아가길 바래. 이제는 나도 당신들을 피해서 배 좀 채우러 가야 할 것 같아.다음에 나를 본다면 손사래 치는 정도만 부탁할게 제발 죽이지는 말아 줘. 알았지? 

나는 당신들의 행복을 기원해.


가족도 없는 외로운 조그만 벌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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