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은 휴대폰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한여름의 햇살은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아침 일찍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영진은 집을 떠나 머나먼 남쪽 지방으로 내려와 외롭고 고단한 중소기업 공장 숙소생활을 시작한지 몇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낯설었다. 같이 일하는 근로자 중에는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되는 먼 곳에서 바다를 건너와 일하는 외국 노동자도 있었지만 그들보다 더욱 향수병 같은 것에 시달렸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공장숙소는 2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1층은 보일러실과 샤워실이 있었고 2층은 방과 식당 그리고 화장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방은 2인 1실로 배정되어 있었기에 개인생활은 불가능했다. 기다랗게 뻗은 복도 양쪽에 방들이 서로 마주보며 배치되어 있었고 그 끝으로는 공용 에어컨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복도 중간쯤 위치한 방 한 곳에 영진과 다른 한 사람이 같이 사용하고 있었다. 영진은 아직 자고 있는 옆 사람이 깰까 걱정이 앞서자, 그대로 누운 채 고개만 돌려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에는 간간이 구름이 둥실거렸지만 영진의 가슴속에는 두려움과 왠지 모를 외로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보고 싶은 나의 아내.
잠시 아내의 미소를 떠올리다 조용히 일어나서 까치발을 하며 조심스럽게 방을 나왔다.
새벽동안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요란스럽게 내린 비 때문에, 비닐장판이 깔린 꿉꿉한 바닥은 쩍쩍 소리를 내며 발바닥에서 간신히 떨어졌다. 화장실 한 쪽에 있는 세면대에서 고양이 세수를 마치고 서둘러서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작업복을 입는 동안 벌써 땀이 등줄기를 따라서 흐르기 시작했다.
숙소를 빠져 나온 뒤 회사 마당을 가로질러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플라스틱 원료가 쌓여있는 창고로 향했다. 이제부터 12시간동안 더위와 무시와 냉대를 이겨내고 싸워야 할 작업장이 가까워져 올수록 마음은 착잡했다. 순간 영진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장난치며 웃는 걸 좋아하던 내가 그렇게 웃어 본적이 언제였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얼굴에 미소는 생기지 않았다. 그저 오늘 하루 어떻게 하면 무사하게 버틸까 하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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