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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Aug 25. 2022

비를 닮은 눈물 1화(프롤로그)

이 소설을 아름답고 소중한나의 아내에게 바칩니다.


5월 말 오후의 서해 고속도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감정에 얼굴은 일그러졌다.



1화 잔인한 5월


5월의 어느 오후 찬혁은 집에서 나와서 담배 한 대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잠시 뒤면 집을 떠나 멀리 익산으로 떠나야 하기에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착잡하고 무겁다.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를 집의 풍경을 눈에 담고

싶기도 하지만 자꾸 흐르는 눈물을 아내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밖으로 나왔다.

이 모든 게 자신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이라고 생각하니 서러운 마음에 가슴은

더욱 미어진다. 또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만난 집사람을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툭툭"

군대에서 담배를 피워본 사람이라면 엄지와 중지를 의지하여 검지로 힘껏 내리쳐서 담배 불똥만 쳐내는 습관적인 행동은 모두 알고 있으리라.

"후~~"

마지막 한 모금 담배연기를 폐 속에 끼어있는 답답함까지 더하여 불어보지만

그다지 시원하게 빠져나오지는 않는다. 발걸음을 몇 발자국 걸어 이동하다가

집주변의 환경을 서글프게 바라본다. 그동안 그냥저냥 의미가 없던 버려진 쓰레기통 옆에

박스 한 개 조차도 너무 소중하다.앞으로 볼 수 없기 대문이다. 무언가 가슴에서 뜨거운 게 올라온다.

요즘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꾸 눈물이 흐른다. 갱년기일까?

그럴 수도 있다 나이가 50대 중반이니 늦은 것도 아니다.허나 딱히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아니... 분명하다.너무 늦은 깨달음이지만 이런 단어가 떠오른다.

"그때 내가 고집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조금 더 참았더라면."

"그때 내가 이 모든 것의 소중함을 알았더라면."

눈물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좀 있다가 집을 떠날 때는

적어도 웃어주고 나와야 한다.

그러나 이런 상태로는... 불안하다. 공동현관이 열리고 엘리베이터에 타면서도

뜨거운 눈물은 흘러내렸다.

"주여 도와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8층 집이 있는 곳으로 솟구친다.

집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내 은미가 퉁퉁 부은 찬혁의 눈을 보고 슬쩍 눈치를 보며 말을 건넨다.

"울었어? 왜 울어 잘 되려고 내려가는 건데... 점심 언제 먹을 거야?"

"응... 지금 먹자. 먹고 잠시 쉬었다가 2시쯤 출발해야지..."

당분간 집 밥도 그리우리라 생각하며 찬혁은 아내의 분주한 점심 준비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렇게 차려진 점심은 된장찌개와 김치와 나물 생선구이다.밥과 반찬을 입에 넣고 우물거려 보지만 아무런 맛을 못 느끼겠다.오히려 쓴맛에 가깝다. 아까부터 울컥댔던 마음은 아직까지 진정을못하고 있다. 밥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도 모를 지경이다.점심 식사를 마치고 티브이 앞에 앉은 둘은 의미 없는 티브이만 주시하고 있고 어색한 침묵을 티브이 속의 밝은 모습의 연예인들만이 깨주고 있었다.찬혁은 시계를 바라보며 "이제 출발해야겠다."라고 하곤 일어섰다.주섬주섬 가방을 들고 삭발한 머리를 오른손으로 쓰다듬으며 모자를눌러쓴다. 아내의 얼굴을 보자 다시 눈물이 흐르려 한다.빠르게 얼굴을 돌리곤 대문을 나서자 아내가 뒤따라 나온다.엘리베이터를 둘이 타고 1층으로 내려간다. 오늘따라 엘리베이터가 무척 빠르게 느껴진다.조그만 경차에 시동을 걸고는 가방을 뒷자리에 던져 넣고 아내와 멀찌감치 떨어져서 담배를 입에 문다. 그러고는집주변을 휘이 둘러본다. 정말이지 내려가고 싶지 않다.아내와 떨어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담배를 끄고서는 아내와 포옹을 하고 얼굴을 감싸고는 당부를 한다.

"잘 지내고 있어..."

"응 자기도 힘내 울지 말고.."

"응 알았어."

운전석에 앉아서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출발 준비를 하는 나를

아내가 안쓰러운 듯 물끄러미 쳐다본다. 차창을 내리고 손을 내민다.

"잘 있어... 갈게."

"응 조심해서 가 그리고 중간에 쉬면서 가."

"그래..."

갑자기 눈이 뜨거워 지려 한다. 얼른 고개를 돌리고 도로로 진입한다.

집 앞 사거리에서 신호가 걸려서 대기하는 동안 고개를 돌려

집을 다시 쳐다본다. 그때부터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안녕 인천.... 잘 있어라..."

 5월 말 화창한 오후의 서해 고속도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감정에 얼굴은 일그러졌다.

조그만 차 안에서 그렇게 한참 동안 목놓아 울었고 눈물은 그칠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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