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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Aug 26. 2022

비를 닮은 눈물 4화

마주 보다.

4화 마주 보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편안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더욱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둘은 마음을 열고 문자를 주고받았다.

버스를 기다리는 찬혁은 문자가 오는 알림 소리에

찬바람이 불어서 손이 차가운지도 모르고 답 문자를 보냈고 버스를 타고서도 많은 승객 사이에 서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답 문자가 늦어지면 기다릴까 두려워 아슬아슬하게 서서도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두사람은 서로가 궁금했고 서로에게 점점 더 다가갔다.

보통 그 정도면 일반적으로 귀찮을 법도 하지만 그들은 아니, 적어도 찬혁은 피곤한지도 모르고 오히려 바보처럼 혼자 미소를 지으며 행복했다.

매 순간은 물론 퇴근 후 집에서도 통화는 매일 이어졌으며 어느 날은 새벽 4시가 된 줄도 모르고 통화를 하고는 늦은 시간을 서로 알아차리고는 둘은 서로 웃으며 통화를 마치고는 이내 아침에는 부족한 대화를 문자로 대신하는 기이한 초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찬혁이 물었다.

"크리스마스이브 때 약속 있어?"

"음.. 아니 약속 없어."

"그럼 우리 크리스마스에 만나자. 줄 것도 있고.."

"그래 좋아 어디서 만날까?"

"자기는 뭐 좋아해?"

"우리 동네에 해물찜 잘하는 가게 있는데.. 거기 어때?"

"그래? 좋지...고기는 살쪄.해물이면 술안주로도 좋고, 어떻게 그렇게 내 맘을 잘 알지?

나 해물 좋아하거든."

"잘 됐다. 그럼 거기서 몇 시에 볼까?"

"음... 내가 대충 둘러대고 일찍 나오면 5시에 나오거든 그쪽으로 가면 대략 6시에서 6시 30분쯤 될 것 같아."

"그래 그럼 내가 6시 30분에 예약할까?"

"오케이 좋아."

그렇게 둘만의 첫 데이트가 예약되었다.

퇴근후 찬혁은 걱정이었다.

여윳돈이 부족했던 것이다.

자신이 현재 가진 돈을 전부 생각해 보니

선물과 데이트 비용까지 빠듯했다.

하지만 그녀를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가까운 백화점에서 두 시간가량 돌아다니며 가진 돈에서 최적화된 선물을 찾아야 한다.

날이 날인지라 백화점에 사람은 엄청나게 많았다.

그 많은 인파를 뚫고 다니며 그녀를 기쁘게 해줄 선물을 찾아서 헤매던 중 그녀를 닮은 앙고라 장갑이 눈에 띄었다. 손목에 동그랗게 보송보송한 털이 휘감겨진

앙고라 장갑이다. 가격도 적당했으며 이것으로 결정하였다. 포장된 장갑을 품에 안고 서둘러 부천으로 향했다. 시간을 보니 아슬아슬하다. 그녀를 기다리게 하면 실망할 텐데... 평소 땀이 많은 찬혁은 집에서 나름 꾸미고 나온 옷매무새가 뛰느라 땀 때문에 흐트러지는 줄도 모르고 마치 경보 선수가 걷는 것처럼 뛰는 것도 걷는 것도 아닌 빠른 움직임으로 버스와 전철을 번개처럼 옮겨 다니며 부천으로 향한다.

다행히 약속시간에는 늦진 않았지만 가게 밖 창문으로 보니 그녀가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고 바보처럼 발이 얼어붙었다. 그녀가 담배 냄새를 싫어할까 봐 담배도 못 피우고 잠시 자신의 머리와 옷매무새도 점검한다.

그녀가 인상 깊게 보았던 무지개색 목도리를 하고 왔는데 엉망이었다. 다시 이쁘게 돌려서 매고는 뛰어서 오지 않은 듯 나름 여유러운 척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렇게 뛰던 가슴이 차분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도저히 적응이 안 되지만 기분 나쁜 조짐은 아닌 것으로 느껴지기에 나름 남자답다는 느낌으로 다리에 힘을 주고 자신감 있게 걸어서 그녀 앞에 선다.

"안녕?"

"아 왔구나 반가워 전철 사람 많지?"

"응 괜찮았어... 오래 기다렸어?"

"아니 좀 전에 왔어."

우리 둘은 그렇게 처음으로 둘만의 공간과 시간에서

마주 보고 앉았다.  

그리고 그녀가 추천한 메뉴를 주문하고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 매일 문자와 통화를 했으면서도 대화는 끊이질 않았다. 부끄러운 손으로 건넨 선물에 그녀는 너무나 기쁘게 받아주었고 그녀의 미소를 선물 받은 찬혁은 태어나 처음 느끼는 감격에 세상을 다 가진듯하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편안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더욱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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