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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Aug 27. 2022

비를 닮은 눈물 7화

미안한 결혼.

7화. 미안한 결혼.


찬혁은 스스로가 작아지는 듯 미안하고 아프고 슬픈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렇게 둘은 나날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인생이 늘 행복만 있는 건 아니었으니,

결혼을 전제로 동거를 시작했지만 결혼이라는 관문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느닷없이 이루어졌다.

시작은 역시 현실적인 문제였다.

늘 마음에 무거운 짐을 가지고 있던 찬혁이 은미에게

미안한 프러포즈를 한다.

"자기야... 있잖아..."

"응?"

"조금 있으면 여기도 계약이 끝나잖아."

"응."

"그래서 말인데.. 여기가 건물이 오래돼서인지 여름엔 덥고 습기 차고 겨울엔 추워서 내가 볼 때는 

이사 가는 게 맞거든... 그리고 내 직장도 지금 월급으로는 힘들듯해서 이사 가는 게 어떨까?"

은미는 찬혁의 얘기를 듣고는 고민에 빠진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이내 말을 꺼낸다.

"자기야.. 혹시 모아둔 돈이 얼마나 있어?"

이 말에 찬혁은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생각이지만

대답을 한다.

"미안해... 내가 모아둔 돈이 없어... 그간의 사정을 

잘 알잖아... 미안해."

"......"

은미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표정으로 깊은 

한숨을 내쉴 때 연이어 찬혁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한다.

"그래서 말인데 나 직장을.. 아니, 직업을 바꾸려고 해. 사출이라는 직업인데 주야로 일하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월급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찬혁의 말에 은미는 무덤덤하게 대꾸한다.

"아.. 그래?"

이어서 찬혁이 설득하듯이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 내가 알아봤는데 한 사람이라도

초혼이면 나라에서 운영하는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러면 가능할듯해."

새로운 소식에 은미도 조금은 밝은 모습으로 

찬혁을 쳐다본다.

"그럼 어디로 가면 좋을까."

은미의 대답에 찬혁은 그동안 어플리케이션으로 

알아본 인천의 전셋집을 몇 군데 보여준다.

그렇게 둘은 여기저기 가능한 금액의 집을 둘러보고

결정한다. 그러다가 은미가 말을 한다.

"사실... 난 자기가 천만 원이라도 모은줄 알았는데. 좀 놀랐어..."

"미안해..."

찬혁은 아버지의 병원비와 간병으로 10여년을

힘들게 살아오며 결혼은 꿈도 못꾸었기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돈에 대한 계획적인 사고를

하지못하고 이 나이를 맞이한 것이다.

찬혁은 스스로가 작아지는 듯 미안하고 아프고 슬픈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렇게 인천 소재의 이사 갈 집을 고르고 당연한 수순이지만 찬혁이 말을 한다.

"이렇게 진행하려면 우리가 법적으로 부부여야 해."

"......"

"다음 주면 여름휴가니까 그때 혼인신고부터 할까?"

이 말에 은미가 슬쩍 장난기 어린 말로 물어본다.

"적어도 금반지나 프러포즈도 없이? 자기 너무하는 거 아냐?"

"아... 미안... 내 나름대로 준비해 볼게."

"아냐 농담이고... 자긴 고맙게 생각해야 해 내가 꾸미는 거 좋아하는 여자나 액세서리 좋아하는 여자가 아니라는 것 말이야..."

"그러게... 고마워 내일 저녁 일찍 들어올게 

저녁 같이 먹자."

"알았어...."

이튿날 찬혁은 부리나케 부천 인근의 꽃집도 찾아서 부케 같은 꽃다발도 준비하고 미리 예약해둔 금목걸이를 준비해서 집으로 간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은미를 입구에서 불러 세운다.

어리둥절한 은미에게 꽃다발을 시작으로 준비해둔

금목걸이를 내밀어본다.

놀라면서도 내심 기분 좋은 표정으로 받아든 두 손을

갑자기 허리 뒤쪽으로 돌리며 은미가 말한다.

"흥..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아차 싶은 마음에 찬혁은 이내 한쪽 무릎을 꿇고

어색하게 프러포즈를 한다.

"은미 씨 저랑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은미는 미소를 지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끝내려는 듯

"네네 그럴게요... 어서 씻고 와 오늘 저녁은 내가 솜씨 좀 내봤어..."

찬혁은 은미목에 목걸이를 걸어주고 뺨에 뽀뽀를 해주곤 화장실로 손을 씻으려 들어간다.

다음 주...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하고 진정한 신혼부부가

되었고 결혼식 없는 결혼이 이루어진 셈이었다.

두 사람에겐 결혼반지도 축하해 줄 하객도 

신혼여행도 없이 그렇게 미안한 결혼식으로

두 사람의 부부 인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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