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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Sep 04. 2022

개구리 발가락

나다움...

나에게는 신체적 비밀이 있다. 사실 비밀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하찮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서슴없이 꺼내어 말하기도 민망하고 애매모호한 비밀, 바로 개구리 발가락처럼 끝이 동그란 나의 발가락이다.

대중목욕탕이나 사람이 많은 수영장이면 모를까 일반적인 생활환경에서는 눈치를 채지 못한다. 게다가 이것이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인상을 찌푸릴 만큼의 그런 종류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감사한 부분도 있고 혹시라도 이것을 우연찮게 발견한 타인에게는 잠깐이나마 웃음이나 미소를 짓게 해 준다. 그렇다면 분명 이것은 단점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은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좋은 점 한 가지는 살아오면서 한 번도 발 냄새는커녕 무좀 한번 걸린 적인 없었다. 특이한 모양 덕에 통풍이 잘돼서 그렇다고 믿고 있다. 그런 것이 무슨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발 냄새나 무좀 때문에 고생 꽤나 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발가락 모양도 그렇지만 모양이 그렇다 보니 전체적인 발 모양새 자체가 오리발처럼 발가락 끝부분이 부채꼴 모양으로 발볼이 넓다.(어지간히 발이 크다고 하는 사람 보다.) 그러다 보니 신발을 고를 때 무척이나 고심을 한다. 일반적인 내 치수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것을 선택하거나 발볼이 넓은 것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보니 내가 원하는 모양이나 색상의 신발을 사기도 힘들뿐더러 맞는 신발을 신는다고 하더라도 발볼이 넓은 신발은 그 모양이 예쁘지가 않다. 이것이 가장 큰 불만인 것이다. 이렇듯 누구에게나 한 가지쯤의 단점이나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을 것이다. 적어도 사람이라면 완벽할 순 없으니까. 그것이 신체적인 부분이든 다른 어떤 것이든....

그러나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남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자신에게 불편함을 초래하는 것이 아닌 정도의 것이라면 굳이 그것에 대하여 스트레스를 받거나 애써 감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단점을 개성으로 바꾸고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이유로 자신의 장점이나 강점보다 단점이나 약점에 몰두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얼굴에 뾰루지가 생기면 그것에 집착하여 손을 대거나 약을 바르거나 하면서 이것이 없어지기 전까지 빨리 없애려고 무진 애를 쓴다. 그러는 동안 머릿속에는 온통 그 뾰루지 생각뿐이다. 또한, 신체적으로 어느 한 곳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성형외과에 가서 시술이나 수술을 생각하고 그 때문에 모자란 경제적인 부분을 걱정하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곤 한다.

제목에서처럼 개구리 발가락이라 하지 않고 못생긴 발가락이라든지, 감추고 싶은 발가락이라고 지었다면 어땠을까? 굳이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살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나다움"이라는 것을 찾아보자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나다움"이란 것은 적어도 자신에 대한 환멸 내지는 자괴감에서부터 자신을 지키고 더 나아가 자존감을 회복하여 외모지상주의 같은 겉으로만 판단하려는 비뚤어지고 왜곡된 어느 세계의 한구석에서 살아갈 용기를 갖게 해 준다고 믿는다. 나는 오늘도 발을 디딜 때마다 발끝이 살짝 벌어짐을 느끼며 혼자 빙긋 웃는다."꽤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는군." 하며 말이다. 나는 이런 개구리 발가락을 닮은 내 발가락을 사랑한다. 비록 우습게 생겼어도 발 냄새도 안 나고 곰팡이균도 없는 발그스래하고 하얗고 깨끗한 내 발가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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