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세요.
사랑을 쓰다가 트리면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야 하니까."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은
알아도 모른 척해야 한다.
이 노래를 안 다는 것은 그만큼
오랜 시간을 살아냈을 테니까.
크고 네모난 뿔테 안경에
파마머리를 하고
꽉 끼는 청바지에 헐렁한 셔츠를 입고
다리는 있는 대로 벌리고
한쪽 다리를 사정없이 떨며
노래를 불렀다.
사랑을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지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아무리 빡빡 지워도
연필 흔적은 여전히 남는다.
사랑에 대한 글은
지나가는 바람에 부서지는 파도 위에 써야 한다.
사랑이 끝난 후 흔적이 다 사라져 버리고 나면
마음도 덜 아플테니까.
하지만 어디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될까?
서로를 서로의 마음속에 두고
한참을 서로에게 머물렀다.
그 마음이
바람처럼 흐른다고 한들
파도처럼 부서져 버린다고 한들
흔적조차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사랑은
무를 수도 없고
없던 일이 될 수도 없다.
왜 그랬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오래된 흉터의 흔적처럼
사랑의 흔적은 다 지워지지 않고
마음에 흔적이 되어 남는다.
부족한 사람 둘이 만나
서로를 채우려 했지만
그 부족함을 채우지 못하고
서로의 길을 찾아간 것이라고 위로한다.
사랑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마음에 남을 흔적이 두려워
사랑을 포기하는 것은
내일이 두려워 오늘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더 뜨겁게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