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러지 말자

#욕하기 #편들어주기 #상처 #극복 #내편 #공감 #에세이

by 이작가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 욕을 한다.

그 사람 앞에서 하는 것보다 뒤에서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친한 사람끼리도 욕을 한다.

때로는 부모가 자식 흉을 보기도 하고

자식이 부모 흉을 보기도 하며

촌수가 없을 정도로 가장 가까운 사이인 부부끼리도 그렇다.

같이 밥 먹고 같이 일하고 같이 고민하던 사람도 다 욕한다.

사람은 한 겹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도 알 수 없는 여려 겹의 자아들이 서로 얽혀 하나의 존재를 만든다.


나라고 뭐 다르겠는가?

나도 남들 뒤에서 그 사람 욕을 하기도 한다.

질투심 때문일수도 있고

자신의 생각을 인정해주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정말 잠시 미워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맘에 들지 않는 누군가를 실컷 욕하고 나면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그렇질 못 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안다.

내가 그 사람을 욕했듯 다른 사람도 나를 욕할 수 있다는 것을.


친구가 다른 사람이 내 욕하는 것을 듣고 와서 말해준 적이 있다.

사람이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없고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사람이 내 욕을 했다는 사실에도 화가 났지만

그 말을 전해준 친구가 그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 화가 났다.

창피했다. 아니 쪽팔렸다.


친구가 그 사람에게 나는 그렇지 않다고 편들어줬다는 말을 했을 땐

정말 땅 속으로 꺼지고 싶었다.

때로는 내 편이 되어주고 대신 싸워주고 사실을 말해주는 것보다

모른 척 넘어가 주는 것이 우정이고 의리고 사랑일 수 있다.

내 아픔을 알아버린 잔다르크 같은 친구를 보는 것이 편하지 않게 된다.

그 사건을 아무도 모르면 된다고 생각했다.

내 아픔을 아무도 모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냥 날 아는 사람들이 날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만

그 일을 모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들만 모르면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는 게 그렇지 않았다.

나의 치부를 속이고 살다 보면 매일매일이 살얼음판일 것이다.

그 사실을 누가 알까 전전긍긍할 것이고

또 언제 그 일이 알려질까 좌불안석일 것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먼저 외쳐버리자.

욕을 안 하고 살 수 없다면 앞에서 제대로 말해주자.

욕을 안 듣고 살 수 없다면 대범하게 제대로 들어주자.

함부로 하는 말에 무작정 상처 받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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